중동발 전쟁 여파가 에너지와 비료를 넘어 식품 원재료 시장까지 번지며 피스타치오 가격을 8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관련 제품 가격 인상이나 원료 대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을 둘러싼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피스타치오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이란은 세계 2위 생산국으로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유럽 시장 분석업체 엑스파나 마켓 집계 결과 피스타치오 가격은 지난달 파운드당 4.57달러(약 6,800원)으로 2018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엑스파나 마켓의 닉 모스 분석가는 "이란의 피스타치오 무역은 작황 부진과 지난 1월 시위 진압에 따른 여파로 수출 조율이 어려워져 이미 공급이 위축된 상태였다"며 "이번 전쟁으로 상황이 더 악화해 세계 시장에 공급할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동은 피스타치오의 주요 생산지이자 물류 허브인 만큼 이 지역의 혼란에 피스타치오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피스타치오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음료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국내에서 유행한 '두바이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의 주요 재료이기도 하다.
물류 차질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견과류 공급업체 크라운 포인트의 갸나 란잔 다스 사업본부장은 "전쟁으로 해운사들이 지난 달 2일부터 중동행 신규 예약을 전면 취소했다"며 "연간 약 90억달러 규모의 견과류를 수입하는 인도로의 공급망에도 차질이 발생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 동북부 주요 생산지의 직접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튀르키예 등 주요 물류 거점으로 향하는 운송 경로가 막히면서 공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또는 원료 배합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제품은 더 저렴한 견과류로 대체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스 본부장은 "가격 문제 때문에 견과류를 교체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주재료 역할을 했던 피스타치오를 다른 재료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며 "올여름 아이스크림에서 피스타치오 맛을 보기 힘들거나, 맛이 훨씬 연해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