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자동매매(API) 거래가 전체 거래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경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3일 ‘가상자산시장에서의 API 거래 관련 이용자 유의사항’을 통해 프로그램 매매가 시세조종과 허수주문에 악용되는 대표 사례와 투자자 유의점을 제시했다.
API는 투자자가 거래소 화면에 접속하지 않고도 미리 설정한 조건대로 24시간 자동 주문을 내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가격·거래량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격·거래량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여러 코인을 동시에 거래할 수 있어 효율적이지만, 이 편리함이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세력이 소액 시장가 매수·매도 주문을 초단위로 반복해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미거나, 체결 가능성이 낮은 대량 허수 매수 주문을 넣었다 취소하는 패턴을 통해 매수 대기 물량이 많은 것처럼 ‘착시’를 유발하는 등 시세조종 수단으로 쓰이는 사례가 포착됐다. 여러 계정 간 통정매매를 반복하거나, 목표 매도가격까지 고가 매수를 계속 제출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행위도 대표적인 불공정 유형으로 꼽혔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커뮤니티·SNS 등에서 유통되는 ‘고빈도 단주매매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인위적 거래량 부풀리기나 가장매매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별한 재료 없이 단기간에 거래량·가격이 급등한 코인은 API를 활용한 시세조종 가능성이 크다며 추종매매를 자제할 것도 당부했다. 또 본인 인증을 거쳐 발급되는 API 키가 유출돼 허수주문·자금세탁 등에 쓰일 경우 키 소유자도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제3자 프로그램·업체에 무단 제공하지 말고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거래소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에 API 주문 패턴을 반영하는 등 감시 기준을 고도화하고, 과도한 자동매매로 시세를 왜곡한 계정에 대해선 기획조사와 수사의뢰 등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