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내 차에 태우고 불 질러…'간병 지옥' 끝 비극

입력 2026-04-10 16:51


병을 앓던 아내를 차량에 태운 뒤 수면제를 먹이고 불을 질러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3형사부(장정태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동일하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일 충남 홍성군 한 저수지 인근 공터에서 승용차를 세운 뒤 아내 B씨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차량 문을 닫은 채 번개탄에 불을 붙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자신도 함께 목숨을 끊을 계획으로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뒤 차량에 불을 냈지만 범행 직후 스스로 빠져나와 경미한 화상만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B씨는 약 8년간 공황장애 등 질환을 앓아왔고 A씨는 사건 약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병세가 악화하자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에서 아내의 동의를 받아 사망에 이르게 했기 때문에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가족 접견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 동의는 없었다'고 여러 차례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랫동안 인생을 함께한 피해자를 살해했고 온전히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장기간 피해자를 간호했고 피해자가 투병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지는 않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기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간호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피고인과 피해자 자녀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