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기조에도...중기대출 비중 줄어

입력 2026-04-07 17:43
수정 2026-04-07 18:58
<앵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금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은행권 기업대출 공급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면, 생산적금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대출의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은행들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자금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5대 시중은행 기준,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증가액(15조 483억원)의 약 60%(8조 7,127억원)는 대기업대출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을 처음 언급한 이후, 은행권 기업대출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자금이 나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 즉 중기대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건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닙니다.

전체 대출에서 중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요, 매년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들어선 80% 마저 깨졌고요, 올 들어서도 이런 추세 이어지면서 3개월 새 0.1%p 가량 더 떨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생산적금융이라는 게 손쉬운 대기업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혁신 중소기업에 자금을 더 공급하라는 취지가 있는건데요.

실제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얘기네요. 이런 이유가 뭡니까?

<기자>

우선 은행들이 적용받고 있는 RWA 즉 위험가중자산 규제 영향이 큽니다.

은행들은 대출을 내어줄 때, 그 대출이 부실이 날 가능성(떼일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정부분을 위험자본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험가중치가 50%라면 대출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험자본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기업대출의 경우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고요. 기업대출 내에서는 대기업대출보다는 중기대출 가중치가 더 높습니다.

한마디로 같은 금액이라도 중기대출을 많이 내줄수록, 은행 입장에선 위험자본이 더 크게 늘어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위험자본이 늘어나면요, 재무건전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도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결국 은행들은 이걸 상쇄시키기 위해 자기자본을 더 쌓아둘 수밖에 없는데요 그만큼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전체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에게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선, 부득이하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다른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요?

<기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크게 오르고 있는 점도 은행들로선 부담입니다.

올해 1월 은행권 중기대출 연체율은 전월대비 0.1%p 오른 0.82%를 기록했는데요.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13%로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은행권에서는 보통 대출 연체율이 1%에 다가서면 위험신호로 간주하는데요.

중기대출의 경우 빠르게 1%에 근접하고 있다보니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보다 신중하게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 설명입니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문턱 자체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중기대출 취급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실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 중에선 높은 금리를 감내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며 “은행들 입장에선 투자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이런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은행들은 최근 15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됨에 따라 중기대출 취급에 한층 더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또한 위험가중자산 RWA 규제와 맞물려 있는데요.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자산의 원화 환산액도 커지게 됩니다. 앞서 살펴봤던 위험가중자산도 덩달아 늘게 되겠죠.

결국 은행들 건전성 부담이 커지게 되는 건데요.

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기업들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역시 압박을 받으면서 특히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