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장’ 기대를 키우는 한편, 반도체 쏠림과 이익을 두 번 세는 ‘더블카운팅’ 구조 탓에 코스피 저평가가 과대 포장됐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6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후 올해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8.8%, 10.4%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는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조원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연초 대비 90% 안팎 상향된 수치로, 시장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수치만 보면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12개월 선행 기준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은 8~9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지수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실적 호조 이면에 반도체 2개 종목 쏠림과 이익을 두 번 세는 ‘더블카운팅’이라는 왜곡이 겹쳐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더블카운팅은 자회사가 올린 이익이 자회사 실적에 한 번, 이를 지분법으로 반영하는 지주사·투자회사의 실적에 또 한 번 잡히는 구조를 뜻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2026년 예상 순이익은 약 491조원인데, 이 가운데 약 59조원, 전체의 12%가 더블카운팅으로 추정된다. 숫자만 보면 사상 최대 이익이지만, 그 중 10%가 넘는 비중이 ‘한 번 번 이익을 두 번 센 결과’라는 의미다.
반도체 2개 종목 의존도도 크단 점도 부각된다.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몫이 298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134조원에 그친다. 표면상 코스피 PER은 8.8배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한 PER은 13배대, 여기에 더블카운팅 59조원을 제거해 ‘실질 이익’ 기준으로 보면 PER이 19배 안팎까지 치솟는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비 싸 보일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 두 종목과 더블카운팅 이익을 걷어내고 보면 유럽과의 격차는 크지 않고, 일부 업종은 20배 이상으로 오히려 고평가 구간에 진입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상사·자본재·지주사 업종은 지분법 이익 비중이 높아 더블카운팅 의존도가 크다. 지분법 이익을 제거하고 PER을 다시 계산하면, 기존 9배 안팎으로 보이던 밸류에이션이 20~40배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가 중복 상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 제도를 손질하고 있어 구조적 개선 기대는 있다. 다만 그 전까지는 더블카운팅과 반도체 이익 쏠림을 감안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실적 하향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이면의 숫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