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물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포인트 상향한 데 이어, 글로벌 IB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전망치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의 올해 물가상승률 평균 전망치는 2월 말 2.0%에서 3월 말 2.4%로 0.4%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2.2%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불과 한 달 사이 평균 전망치가 이 정도 뛴 것은 드문 일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2.1%)와 UBS(2.0%)를 제외한 나머지 IB 6곳이 모두 전망치를 2.0% 중반대로 올렸다. 바클리(1.9%→2.5%), 씨티(1.9%→2.6%), 골드만삭스(1.9%→2.4%), JP모건(1.7%→2.6%), HSBC(2.1%→2.3%), 노무라(2.1%→2.4%) 등이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전망치가 빠르게 높아진 배경에는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일부 석유류를 제외하면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4월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6%로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한 JP모건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중동발 '에너지 쇼크'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최고가격제, 43개 품목 특별관리 등 대응책을 통해 단기적인 가격 상승 폭을 억제하고 있다. 3월 물가지표에서도 밀가루 가격이 132.33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하고 전월 대비 1.5% 내리는 등 일부 품목에서는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석유류 가격은 9.9%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고, 경유 17.0%, 휘발유 8.0%, 등유 10.5% 등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도 물가 파급이 1~3차 단계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차로 에너지 품목에 영향을 미친다면, 2차로는 운송·물류 부문에서, 3차로는 공산품·가공식품·축수산물, 외식서비스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가한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