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서점이 이성 간 접촉 시도가 이뤄지는 장소로 이용되는 콘텐츠가 SNS에 올라오고 있다. 이른바 ‘번호 따기’ 경험과 방법이 공유되면서 이용객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올라온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이른바 '번따(번호 따기) 성지'로 불리는 교보문고를 찾은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여성은 "재테크 코너가 번따 성지"라며 한쪽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친다. 화면 위로 "번호 따일 때까지 기다린다"는 자막이 뜬다. 특히 특정 시간대와 코너를 언급하며 접근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 이어졌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영상은 수십만~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산됐다.
같은 달 7일에는 '강남 교보문고에서 번따하는 41세'라는 제목의 릴스 영상이 올라와 조회수 103만회를 기록했다.
영상 속 남성은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에게 연락처를 달라는 말을 건넨다. 몇 차례 거절을 당한 뒤에도 시도를 이어가던 그는 네 번째 만에 연락처를 받는다.
이들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넘게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실제 행동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공유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대화 방식이나 동선, 시간대 등을 설명하는 영상과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관련 오픈채팅방에서도 서점을 추천하는 대화가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 ‘어프로치’ 등 용어를 사용해 접근 행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현장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일부 이용객은 같은 관심사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수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반복적인 접근이나 시선 부담, 거절 이후에도 이어지는 대화 시도 등으로 인해 독서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용한 환경 특성상 거절 이후에도 자리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다.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는 접근 방식에 대해 ‘획일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독서 문화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행위를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하는 흐름과, 독서를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결합되면서 서점이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자기 표현 공간’으로 확장됐다는 해석이다.
온라인에서는 대응 방법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낯선 접근에 대한 거절 방식이나 상황을 차단하는 요령 등이 콘텐츠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서점 측은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교보문고는 매장 내 ‘독서 공간 에티켓’ 안내문을 비치해 이용객 간 불필요한 접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다만 개방된 공간 특성상 특정 행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용객이 불편을 느낄 경우 직원이 현장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