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승패의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부상하고 있다. 이란은 해협을 사실상 마지막 억지 수단으로 삼고 있고 미국은 이를 풀지 않을 경우 군사적 대응까지 경고하며 정면 충돌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의 현재 전쟁 국면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겠다는 이란과 통제를 풀지 않으면 압도적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미국의 극한대치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해협에 집착하는 이유를 체제 생존과 직결된 마지막 카드로 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중동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에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핵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핵 프로그램은 상징적이었을 뿐 억지력을 제공하지 못한 반면 지금 이란이 전쟁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거기서 나오는 수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협 봉쇄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페르시아만 해상 물류는 한 달 넘게 사실상 마비됐고 통과 선박 수는 평소 100여척에서 수십척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란은 일부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우호국과 비우호국을 구분해 통행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조선에는 배럴당 약 1달러를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 방안이 검토된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기준 약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어 통과 한 번에 200만달러, 약 30억원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해협 봉쇄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고 미국 내 휘발윳값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대중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는 심리적 기준선까지 돌파하면서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을 주요 변수로 떠안게 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 전쟁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전쟁 향방은 해협 통제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력에서 열세인 이란도 해협을 장악하면 장기 저항 기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측은 종전 이후에도 통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리겠지만, 이란의 새로운 규칙을 따르는 국가들에만 통과가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대응은 아직 불확실하다. 군사작전을 시사하면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메시지가 엇갈리고 있다.
해협 재개방 작전은 위험 부담도 크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고속정 공격 가능성 때문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국제 질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하산 알하산 연구원은 "이란이 원하는 시점에 특정 국가를 겨냥한 사실상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며 "세계 해상 물류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걸프 국가들도 대응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생산량 중 약 700만 배럴을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우회 수송하고 있고 UAE 역시 오만만 연안 푸자이라항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회 수출은 전체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여부가 글로벌 원유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