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동향을 둘러싼 시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의 실시간 통계와 금융감독원의 사후 확정 통계 간 격차가 수조 원 단위로 벌어지면서다. 변동성 장세에서 이 같은 정보 차이가 투자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동향’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순매도 규모는 19조3,190억원으로 나타나 약 1조7천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1월 역시 두 통계 간 격차가 확인된다. 1월 한 달간 외국인은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금감원 자료에서는 3,610억원, 거래소 데이터에서는 약 1,1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의 경우 거래소 데이터마켓플레이스 기준(3일~30일 기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약 32조원으로 집계됐고 금감원 통계는 월간 집계 특성상 다음달 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차이는 집계 기준에서 비롯된다. 거래소는 매매 주문이 체결된 시점을 기준으로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실시간 제공한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주식과 대금이 실제로 교환되는 결제 완료 시점(T+2)을 기준으로 월간 통계를 작성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체결 기준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금융감독원은 결제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시차가 발생한다”며 “두 통계는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라 집계 기준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처럼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실시간으로 세분화해 공개하는 구조는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 등 거래소가 분산돼 있어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실시간으로 일괄 집계하기 어렵다. 미국 금융당국은 기관투자가의 거래 전략 노출에 따른 앞지르기 매매 등을 우려해 투자 주체 정보를 즉시 공개하지 않고 일정 시차를 둔 공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 역시 실시간 수급보다는 주간 단위 통계를 발표한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은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정보 노출이 단기적인 투자 판단을 왜곡시키고 추격 매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이러한 격차가 투자자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거래(단타)가 늘면 거래량은 커 보이지만, 실질 자금은 매수·매도가 맞물려 줄어든다”며 “외국인 투자자라고 해서 장기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계나 호주계 자금 그리고 ‘검은 머리 외국인’(해외 교포) 등 단기 트레이딩 성격의 자금도 상당해 이러한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장중 수급 흐름을 파악할 때는 거래소 데이터를, 월간 자금 유출입 추세를 분석할 때는 금융감독원 통계를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두 통계 간 차이를 일반 투자자가 명확히 구분해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변동성 장세에서 정보 해석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증시 변동성 상황에서 투자자별 매매동향 공개 방식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지 아니면 단기적인 노이즈를 키우는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