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동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실물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공급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유, 에너지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자동차, 반도체도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 연결해 알아 보겠습니다.
이지효 기자,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했는데 전쟁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
<기자>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116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인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지난 한 달간 무려 50% 폭등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 반군이 전쟁에 참전을 선언한 영향입니다.
이란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처럼 후티 반군은 홍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원유를 홍해로 우회해 아시아로 수출해 왔습니다.
홍해까지 막히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야 하는 만큼 국제 유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겁니다.
한국의 사우디 등 중동산 수입 의존도는 70%에 달합니다.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도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요.
동시에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키워 생산 전반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앵커>
나프타 수급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이게 더 큰 문제라고요?
<기자>
원유는 가격이 뛰면 사용량을 줄이거나 일부 조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공급이 끊기면 생산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프타는 나프타분해시설(NCC)에 투입돼 에틸렌을 만들고요.
이를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비닐,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이 나옵니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요. 중동산 비중은 77%에 달합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남은 나프타 물량이 약 2~3주 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나프타 쇼크'는 확산하고 있습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여수에서 일부 NCC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또 이들 업체를 비롯해 한화솔루션 등은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했습니다.
나프타 수급 불안에 가격까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시세는 27일 기준 배럴당 133.74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만에 94.2% 폭등한 수치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가장 피해를 입는 산업군은 어디가 꼽힙니까?
<기자>
텍사스 크리스천대 에너지연구소의 톰 성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산업과 모든 제품이 영향권"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실제로 국내에서는 최근 플라스틱, 페인트는 물론 종량제 봉투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죠.
그는 "목재 제품이 아닌 이상 석유나 천연가스 기반 소재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물건은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동차나 픽업트럭 제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만 해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동차의 범퍼, 대시보드 등은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냉각재 역시 나프타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 기반입니다.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나 웨이퍼 세정 과정에서도 나프타 추출물이 쓰입니다.
전문가들은 '나프타 쇼크'가 자동차,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도 연쇄적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보도국에서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