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이 이어지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혁신적인 신약 플랫폼의 등장과 글로벌 규제 환경의 변화가 맞물리며 산업 전반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피하주사(SC) 기술과 오가노이드, 비만 치료제 등 차세대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기술 수출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 알테오젠, 속도 높이는 'SC 영토 확장'
27일 신한투자증권은 알테오젠이 플랫폼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를 확보하며 계약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기술의 안전성을 의심하던 글로벌 빅파마들이 검증 단계를 지나 이제는 앞다투어 도입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테오젠은 1월 GSK와 42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데 이어 3월에는 미국 바이오젠과 8700억원 규모의 ALT-B4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 분기에만 2건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플랫폼 가치를 입증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라이선스 계약은 로열티율을 4~6% 수준으로 유지하며 수익성을 입증했다"며 "항암제에 국한됐던 SC 제형 기술을 자가면역과 퇴행성 뇌질환 영역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바이오젠과의 계약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펠자르타맙'과 루푸스 치료제 등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미 FDA 승인을 받아 시장에 안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의 SC 제형 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증권가는 주목하고 있다. 엄 연구위원은 "머크(MSD)의 키트루다SC를 포함해 2029년부터 임상 중인 약물들이 본격 승인되면, 다품목으로부터 연간 1.5조원 이상의 로열티 수취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알테오젠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57만원을 유지했다.
▲ 동아쏘시오, 자회사 견고한 실적
미래에셋증권은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자회사의 고른 성장과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CMO 사업의 증설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자회사 에스티젠바이오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의 미국과 유럽 상업화 물량 확보로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76.2% 증가한 10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71억원) 역시 308.6% 증가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매출 포트폴리오 혁신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회사 동아제약은 박카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여드름 치료제 '에크논'(2025년 255억원)과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240억원) 등 일반의약품 대형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아울러 의약품 배송 업체인 용마로지스는 안성 신허브 센터를 통해 2027년 하반기 가동 시 분류와 보관 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해 B2C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오가노이드, 동물실험 시대 끝내는 뉴노멀
개별 기업 외에도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조적 변화도 감지된다.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는 글로벌 규제 환경의 구조적 전환이 오가노이드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해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구현한 '미니 장기'다. 신약의 효능과 독성을 정밀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우빈 밸류파인더 애널리스트는 "동물실험을 오가노이드 등 신접근방법론(NAMs)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규제의 방향이 되돌아갈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구조적 수혜"라고 분석했다.
2022년 말 서명된 FDA 현대화법 2.0으로 신약 개발시 동물실험 의무가 사라졌다. 인체 모사도가 높은 오가노이드 시장은 연평균 22.5% 성장해 2028년 38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가노이드는 동물 모델의 낮은 예측력을 보완해 임상 실패 원인의 22%를 차지하는 간독성 평가 등에서 실패 리스크를 줄여준다. 제약사들에게 파이프라인당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피지샘과 신경까지 구현한 피부와 모낭 오가노이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웨이브 라이프 쇼크,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NH투자증권은 최근 글로벌 RNA 바이오텍인 웨이브 라이프(Wave Life)의 임상 데이터 발표 이후 형성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웨이브 라이프는 최근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WVE-007'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위약 대비 체중 감소율이 2.1%에 그치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RNA 비만 치료제 기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웨이브 라이프 주가가 50% 급락하는 등 거센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RNA 기술 전체의 한계가 아니라 특정 타깃인 INHBE 유전자의 이슈로 봐야 한다"며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은 웨이브 라이프와는 다른 경로를 택해 영향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올릭스는 지방세포의 ALK7 수용체를 타깃으로 한다. 영장류 시험에서 ALK7 mRNA를 최대 84%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인해 2027년 상반기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 역시 펩타이드 기반의 LA-UCN2를 통해 단순 감량이 아닌 근육 보존 가능성을 입증하며 글로벌 기술 수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승연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의 임상 부진은 특정 타깃 유전자의 이슈일 뿐 기술 전체의 한계는 아니"라며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타깃을 공략하거나 근육 보존과 같은 독자적인 기전력(치료 원리)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임상 풍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