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 2장씩만요" 곳곳 실랑이…무심코 버렸는데 이제는

입력 2026-03-25 19:17
수정 2026-03-25 21:24
지자체는 "재고 충분"…'수량 제한' 곳곳 품귀 李대통령 "재활용 원료 활용한 쓰레기봉투 제작" 지시




"손님들이 종량제 봉투를 뭉텅이로 집어가려 하는데 인당 2개씩만 구매 가능해요. 실랑이하느라 지치네요"

서울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종량제 봉투를 다량으로 사가려는 손님들이 늘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실랑이를 벌이느라 지친다고 토로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생활필수품인 종량제 봉투까지 동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에서 종량제 봉투 재고 부족을 우려하며 대량 구매했다는 인증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한 사용자는 이날 편의점의 텅 빈 종량제쓰레기봉투 매대 사진을 올리며 "누가 정말 쓰레기봉투를 싹 쓸어갔다. 어디서 사야 하나"라고 적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수급 차질이 석유화학제품 전반으로 연쇄 충격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비닐류 사재기 조짐은 이달 중순부터 나타났다. 실제 쓰레기봉투를 판매하는 동네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평소와 달리 쓰레기봉투를 구매하기 힘들거나 수량이 제한되고 있어 사재기와 루머 확산 등의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품귀 조짐이 확인된다.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최근 홈페이지에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부터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합니다"라는 공지를 내걸었다. 주문량이 급증해 일부 상품 수급에 문제가 생겨 접수 시간을 제한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나프타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분리돼 나오는 탄소화합물로, 플라스틱, 비닐 등 대다수 석유화학 제품에 쓰여 '중화학 공업의 쌀'로도 불린다. 최근 이란의 해협 봉쇄로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서 생산 나프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생산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역시 급등세다. 국제 나프타 가격은 톤당 637달러에서 지난주 1161달러까지 치솟았다.

종량제 품귀 현상이 현실화되자 서울시는 종량제 봉투 재고가 충분하다며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시내 25개 자치구의 종량제 봉투 재고는 약 6900만 장으로 일평균 사용량 기준 약 124일치가 확보돼 있다며 재고가 충분한 만큼 사재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후부 역시 봉투가 부족한 지역이 나오더라도 다른 지자체에서 아직 인쇄하지 않은 봉투를 빌릴 수 있어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 1인당 종량제봉투 판매 매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한 것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안감으로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지, 공급 안정성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이날 중동 사태 여파로 쓰레기 종량제봉투 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오늘 대통령과 회의하면서 현황을 짚었다. 현재 쓰레기봉투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중동 상황이) 장기화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니 (수입 원료가 아닌)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쓰레기봉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