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겨울나기'로 꿀벌 스트레스 줄인다…'월동 저장고·보온 기술' 개발

입력 2026-03-25 16:31


농촌진흥청은 겨울철 꿀벌 집단 폐사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꿀벌 월동 환경 유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겨울철 낮 기온이 12도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지속하면 동면에 들어갔던 여왕벌은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해 깨어나 알을 낳기 시작한다.

알을 낳고 나면 일벌이 육아를 하는데 겨울잠을 자는 일벌의 수명은 150일 정도 되지만 육아 활동을 시작한 일벌은 호르몬 변화로 수명이 40일까지 줄어든다.

수명이 짧아진 일벌이 봄이 오기 전에 죽어버리면 결국 꿀벌 무리 전체가 붕괴하는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농진청은 겨울철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에도 벌통 주변의 온·습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꿀벌 월동 저장고'와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을 개발했다.

꿀벌 월동 저장고는 저온 환경에서도 실내 습도를 70% 이하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인 제습기는 온도가 낮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저온 제습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춥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실내 습도를 맞출 수 있도록 특수 제습 기술을 적용했다.

냉동기 팬 속도는 낮추고 공기 순환 팬 속도는 높여 실내 온도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며 공기 중 수분을 성에로 만들어 없애는 원리다. 특히 소음과 미세먼지에 민감한 꿀벌을 위해 마찰 소음이 적은 고효율 모터(BLDC)와 공기 정화 필터, 꿀벌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색 조명을 달아 수면 방해를 최소화 했다.

이 저장고는 월동 이후에는 양봉산물이나 채밀 후 남은 벌집 등을 보관하는 저온저장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은 일교차가 큰 야외에서 벌통을 보관하는 농가가 활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마그네타이트를 넣은 물주머니로 벌통 외부를 감싸는 방식이다.

물주머니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얼면서 열을 방출하고 낮에 기온이 오르면 녹으면서 주변 열을 흡수하는 잠열을 이용해 벌통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는다.

실제로 충북 청주의 양봉 농가에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을 적용한 결과 벌통 외부의 온도 변화 폭을 절반 이하(평균 15도→6도)로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농진청은 두 기술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양봉 전문가들과 최적의 저장 조건을 검증할 예정이다.

성제훈 국립농업과학원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 농가뿐만 아니라 과수 농가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 우리 밥상과 생태계 위기로 돌아온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빠르게 보급해 꿀벌을 건강하게 지키고 농업 생태계의 안정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