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학교까지 멈췄다…호르무즈발 '연료 대란'

입력 2026-03-23 10:32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 충격이 확산하면서 세계 곳곳의 경제와 일상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동산 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피해가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최근 조리용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영업을 중단한 음식점과 호텔이 늘고 있다.

세계 2위 LPG 소비국인 인도는 지난해 3천315만t의 조리용 LPG를 사용했으며, 전체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 가운데 약 90%가 중동산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봉쇄하면서 공급망이 흔들렸고, 최근 전체 식당의 약 5%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에서도 LPG 부족으로 장작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고, 가스통 절도 등 범죄도 늘고 있다. 인도 온라인쇼핑 빅바스켓은 LPG 대신 전기를 쓰는 인덕션 판매량이 평소의 30배 수준으로 폭증했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는 3억3천300만 가구에 공급되는 LPG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사에 생산량을 늘리라고 명령하는 비상 권한을 발동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2차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란 정부는 인도 LPG 운반선 2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이웃 국가인 파키스탄도 연료 수급난이 악화하자 대대적인 긴축 조치를 시행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최근 은행을 제외한 정부 기관은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고 직원 절반가량은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시했다.

또 버스 등을 제외한 전체 공용 차량의 60%가 운행을 중단했고, 학교도 2주 동안 휴교하기로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LPG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 공급을 줄이고 개인 소비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도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파키스탄처럼 주4일 근무제를 최근 도입했다. 모든 정부 기관은 매주 수요일을 공휴일로 하는 주4일 근무제를 지난 18일부터 무기한으로 시행했다.

원유 전부를 수입해서 쓰는 스리랑카는 현재 휘발유와 경유 재고가 약 6주분에 그쳐 추가 확보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글라데시는 모든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고,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실내 온도를 25도 이하로 낮추지 못하게 했다.

앞서 방글라데시에서는 휘발유 등을 미리 쌓아두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연료 구매 상한제도 시행됐다.

또 다른 남아시아 국가인 몰디브와 네팔도 취사용 LPG 공급을 제한하고, 전기레인지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시아 국가들의 비상조치에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강도 높게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란은 이에 맞불 대응을 예고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는 한 달 사이 50% 넘게 올라 배럴당 110달러(약 16만5천500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