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던 투자자금이 이란 전쟁 여파에 미국으로 '유턴'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 MSCI 지수는 약 10% 하락한 반면 미국 지수는 5.4% 떨어지는 데 그쳤다.
2월 말 전쟁 발발 후 독일 DAX 지수(-11%),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9.3%) 등 주요 해외증시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됐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이 기간 7.41% 하락했다.
앤젤레스 투자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이클 로젠은 WSJ에 올해 초 유럽 및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했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투자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현재 매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이번 사태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가 급등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을 상대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견조한 기업 실적과 맞물리며 미 자산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피난처'로 재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 이전엔 상황이 달랐다.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인공지능(AI) 관련주 과열 우려를 피할 만한 대안 투자처를 찾던 투자자들은 재정 지출 확대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바탕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눈을 돌리던 와중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MSCI 지수는 29% 급등하며 미 주가 상승률(16%)을 크게 앞질렀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차이였다.
한국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75.6%로,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심플리파이 자산운용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마이클 그린은 한국을 예로 들며 애초 해외증시 강세를 정당화할 만한 펀더멘털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린은 한국이 천연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북한과 접해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