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이른바 '국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스피가 6,000선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그동안 해외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국내로 회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등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1조8천29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미 20조원을 넘어선 규모로, 2021년 1월 기록했던 22조3천384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충격 속에 개인이 대거 매수에 나섰던 '동학개미 운동' 시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달 거래일이 7일가량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전 기록을 넘어 사상 첫 30조원 돌파도 예상된다.
올해 1월부터 범위를 넓히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는 34조7천279억원에 달한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합치면 순매수액은 최대 50조원에 이른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고객예탁금도 19일 기준 115조원으로, 1년 전 50조원대 초반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개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투자 환경 변화도 자금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2024년 하반기 급등장을 연출해 개인들을 유혹했던 비트코인 등 코인 가격이 최근 지지부진하면서 코인 시장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달 들어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5대 코인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3조원 수준으로, 지난달 4조4천억원보다 30% 이상 대폭 감소했다.
또 뉴욕 증시의 상승세도 한풀 꺾이면서 미국 원정을 떠났던 '서학 개미'들의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6천900만 달러(약 1천33억원)에 그치며 1억 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 3월의 기간이 남아 있지만, 각각 50억 달러와 40억 달러에 달했던 지난 1월과 2월의 순매수와 비교하면 급격히 줄어든 수치다.
지난 18일 기준 서학 개미들이 보유 중인 미 주식 금액도 총 1천609억 달러(약 241조원)로, 지난달 말 1천639억 달러(약 245조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은행 자금도 일부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5일 기준 5대 은행 정기예금은 944조원으로 전달 말보다 2조7천억원 감소했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에서도 8조6천억원이 빠져나갔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예금이 줄어든 것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늦기 전에 국내 증시에 올라타려는 개인 투자 수요는 '빚투'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월 말보다 6천847억원 불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8천300억원 줄었지만, 신용대출은 1조4천억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이달에만 1조3천억원 늘어, 2020년 11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런 개인들의 국내 증시 복귀는 소액 투자자에만 그치지 않고 수백억원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큰 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빅테크가 아닌 국내 대형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국장 복귀 투자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동시에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빅테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유입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