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 성장과 물가, 통화정책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와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부스 비즈니스스쿨)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68%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5~0.50%P 또는 최소 0.50%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고유가가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본 응답은 2%에 그쳤다.
최근 유가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FT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미국 내 유가가 약 50% 상승해 배럴당 95달러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5월물 선물 가격도 18일 한국시간 오후 2시16분 기준 배럴당 101.14달러까지 올라섰다.
이란이 보복 조치로 페르시아만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유가 변동성도 확대된 상태다.
제임스 해밀턴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의 교수는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될지 여부"라며 "한 달 이상 봉쇄가 이어지면 이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대폭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 응답자의 40%는 유가가 100달러 근처에서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전품목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0.25~0.50%P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30%는 추가 상승폭을 0.50~1.0%P로, 10% 이상은 1%P 이상으로 각각 전망했다. 전체 응답자의 80%가 물가를 최소 0.25%P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통화정책 경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응답자의 60%는 근원 PCE 상승률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도는 시점이 2028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 당시 15%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백악관 입장과 대비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쟁 지속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전세는 당초 스케줄보다 훨씬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트루스소셜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FOMC 개최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