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4거래일 만에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반등했습니다. WTI가 3% 가까이 오른 95달러 초반에, 브렌트유는 103달러에 움직임 보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로로 꼽히는 ‘푸자이라 항구’가 주말에 이어 재차 이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푸자이라 항구는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내보내는 주요 출구입니다. 특히나 합샨에서 푸자이라까지 땅속으로 길게 연결된 파이프라인은 매일 150만 배럴, 많게는 180만 배럴의 석유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인데요.
이렇게 이란이 푸자이라 항구를 집중 공격함에 따라 아랍에메리트의 남은 원유 수출 통로마저 완전히 차단될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오펙 내 3위 생산국인 UAE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분쟁 시작 이후 이미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인데요.
TD증권의 원자재 전략가인 댄 갈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려하며 "이 정도로 큰 구멍을 메울 마개는 없다"고 표현합니다. 또,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남기죠. IG의 시장 애널리스트인 토니 시카모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작은 일도 전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걱정하는데요. 예를 들어, “이란 민병대가 유조선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기뢰를 설치하는 것 만으로도 전체 상황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호위를 위한 실효성 있는 연합군을 구성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ING의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워런 패터슨은 “미 행정부가 보험 보증과 해군 호송 아이디어를 내세우곤 있으나, 아직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요. “석유 공급 중단의 규모가 워낙 커서 시장이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전 백악관 관리이자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회장인 밥 맥널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기뢰, 고속정, 잠수함, 드론 등 이란의 촘촘한 공격망을 완벽히 걷어내기 전에는, 어떤 상선도 목숨 걸고 이 좁은 길을 지나가려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시장 충격은 원유 자체보다도 항공유나 디젤 같은 석유 제품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율리아 제스트코바 그릭스비와 단 스트루이벤 분석가는 “많은 석유 제품의 가격 상승폭이 원유보다 훨씬 컸다”고 분석하는데요. 이른바 ‘중질유’ 공급에 발생한 심각한 차질이 디젤, 항공유, 연료유의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량의 약 60%는 중질유인데, 중동 이외 지역에는 이를 대체할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고요. 또, 이번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일부 제조업체에 핵심 원료인 ‘나프타’와 항공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달러)
이렇게 유가가 오르는 동안 미 달러화도 최근 몇 주간 강세를 보이며 시장이 불안할 때 찾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다시금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세가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반복되는 관세 부과와 철회 속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모건스탠리는 “15년간의 달러 강세 주기가 끝났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달러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주요 원유 수출국이며,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WTI의 급등은 곧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졌고요. 또, 엔화 같은 다른 안전 자산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달러는 강력한 방어적 특성을 보여줬습니다. HSBC의 외환 분석가들은 "중동 긴장 고조는 달러가 일차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2022년 달러 랠리를 이끌었던 동력들이 이제는 사라졌기 때문에, 강달러 현상을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된다고도 지적합니다.
AJ 밸의 투자 이사인 러즈 몰드도 “달러의 복귀가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보는데요. “전략을 읽기 어려운 변덕스러운 미국 행정부, 막대한 재정 적자, 연준의 독립성 위협” 등 달러 약세를 초래했던 근본적인 문제들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죠.
결국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지금의 달러 강세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반사이익에 가깝다는 건데요. 중동 위기의 안개가 걷히고 나면, 시장은 다시 미국의 막대한 부채와 불확실성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머니플로우였습니다.
김지윤 외신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