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사모대출…"이 수치, 10% 근접하면 대혼란" [미다스의 손]

입력 2026-03-13 15:06
수정 2026-03-13 18:03
블랙스톤·블랙록·모건스탠리 잇단 환매 요청 美헤지펀드 400CM 알렉스 차 공동대표 "부도율 주목해야…아직 금융위기 징후 아냐"


미국 월가에서는 부실 사모신용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이 사모대출인데, 일부 기업의 파산과 펀드 부실이 또 다른 금융위기로 이어질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입니다. 블루아울캐피탈로 시작해 블랙스톤, 블랙록, 모건스탠리 등 대형 운용사까지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모신용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 전부터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지난해 9월 자동차 대출 전문 업체인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프랜즈가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트라이컬러는 전체 7만 건의 대출 가운데 40%가 다른 대출과 중복된 담보를 갖고 있었고, 퍼스트브랜즈는 하나의 매출 채권을 여러 민간 기관에 담보로 제공해 자산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은 이중 담보라는 사기행위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은행의 감시 밖에서 일어나는 대출 사고, 이 돈을 빌려준 주체는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사모펀드였습니다. 이후 블랙록의 대출 환매 중단과 JP모간이 사모대출 펀드의 담보자산 가치 하향 소식 등이 뒤따랐습니다. 이는 월가 안에서도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음을 반증합니다. 사모신용 경색이라는 문제가 대형 금융위기의 전조인지, 혹은 과거 실리콘밸리뱅크 사태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포일지가 미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월가에서 사모신용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헤지펀드 400캐피탈매니지먼트(400CM)의 알렉스 차 대표를 직접 만나 미국의 신용 불안 문제를 진단했습니다.



Q. 먼저 회사 소개와 함께, 자산 기반 금융(Asset-Based Finance·ABF)시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400CM은 뉴욕에 기반한 헤지펀드로, 신용 자산 투자, 특히 '자산 기반 금융'에 특화되어 있는 운용사입니다. 한국에서는 '담보대출'이라고 하죠.

ABF는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이 이뤄지는 모든 시장을 지칭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주택담보대출이고, 지금은 담보의 범위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부동산처럼 이해하기 쉬운 담보도 있고, 자동차·항공기, 요즘은 AI 데이터 센터 같은 담보도 있습니다. 이색적인 담보도 존재하는데요. 예를 들어 채권, 누군가에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래 돈을 지급해야 했던 사람에게서 회수할 수 있습니다.

ABF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는데요. 미국 시장 규모가 약 15~20조 달러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자산 기반 금융의 기본적 특성은 전 세계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지만, 알맞은 법적 프레임워크, 재산권이나 재산이전, 데이터 권리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법제도를 갖춘 선진국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Q. 최근 무디스는 ABF를 "새로운 금융 개척지이자,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규모가 커지는 시장은 언제든지 잠재적으로 시스템 리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ABF 시장이 전통적 자산 클래스는 아니지만 점차 그렇게 되어가고 있고, 아직 많은 레버리지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금융위기 변수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제로 '디레버리징(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될 때 있데, 저는 ABF 시장이 다른 신용 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레버리지가 높다고 보지 않는 만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앞서 지난해 벌어진 '트라이컬러(Tricolor·자동차 서브프라임 대부업체)' 사태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바퀴벌레'라 표현했습니다. 바퀴벌레(부실 대출)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금융위기 전조를 시사한 셈인데요.

'트라이컬러'란 회사와 문제 발생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 은행에 의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민자 소비자층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이고,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목표 고객층은 불법 체류 이민자였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비즈니스 모델이 압박을 받았죠. 주 고객층인 불법 체류 이민자들의 소득과 추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스트레스의 시작은 코로나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저소득층의 재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사업 운용비용을 크게 상승시켰습니다. 트라이컬러를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부르기도 하지만, 저는 첫번째 사례라 보지 않습니다. '서브프라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업체들은 트라이컬러 이전에도 파산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들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JP모건을 비롯한 주요 미국 은행들이 피해를 봤고, 명백한 사기 혐의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뉴스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Q. 최근 블루아울캐피탈을 시작으로 번지는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각에서는 "미국 사모신용 디폴트 비율이 최대 13%까지 급증할 수 있다"(UBS)고 봤는데요.



블루아울 사태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헤드라인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환매를 중단했다는 것, 둘째는 그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신용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 둘 다 사실이 아닙니다.

먼저 그들이 투자자 환매권을 열어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맞지만, 해당 펀드들이 구조상 매분기 5%만 환매해주도록 설계되어 있어서(즉 펀드 구조상 의무는 그 정도뿐) '환매 중단'이란 보도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정확히는 구조적으로 만기가 남아 있는 소규모 레거시 펀드가 있었고, 이를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의 대출 매각과 펀드 정리(run-off)의 수순이 받아들일 만한 결과라고 봅니다.

또 이 사태가 신용 스트레스에서 기인했다고 보지 않는데요. 시스템적인 신용 악화의 징후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물론 사모신용 환경 전반이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도율은 사상 최저점에서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몇년간 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우수한 차입자들의 대출 수요를 초과하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펀드들이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사모신용 부도율이 5~6% 수준으로 오르는 것은 자본 흐름에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10% 수준까지 근접한다면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죠.

Q. 'AI 파괴론'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미 금융시장에서 특히 AI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확실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파괴 위험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다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SaaS 기업들 중 일부는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이고, 디폴트 수준은 매출 감소 속도와 부채 만기 구조에 따라 큰 움직임을 보이겠죠. 부정적인 그림입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미 매우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주가에 많이 반영했습니다. 다만 저는 "우려는 실재하지만 현재 시장 가격, 셀오프(매도)는 과도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1~2년 내 단기적으로 디폴트(파산)가 급증하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현재 미국 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자산담보대출 전문이고, 이 부분이 미 소비와 맞닿아 있는만큼 미국 소비자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합니다. 미국 소비자 건전성 관련 지표, 실업률과 지출 여력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저축률도 주시하고 있는데요. 역설적으로 저축률 상승은 단기 경제성장에 부정적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축률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위축되어 경제 전반에는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현재 미 소비 시장은 흔히 말하는 'K자형 회복(K-recovery)'이라 불리는 양상입니다.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계층에서 동시에 회복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 소비자들에겐 회복이 없거나 오히려 악화되고 있죠. 지금 미국 경제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코로나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당시 3년 동안 생활비는 누적 기준으로 약 18%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치는 'K자형 회복'에서는 무의미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평균보다 훨씬 낮고 나쁜 상황입니다.

불균형의 주 요인은 모기지(부동산) 보유 여부입니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사람은 매달 내는 주거 비용이 대체로 일정하지만, 임차인은 비용이 크게 변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3년 동안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은 약 18%였지만, 임대료는 35~40% 상승했습니다. 임차인의 실질 소득은 감소했고 지출은 더 줄었습니다. 미 경제 내 이러한 격차가 지속되며 신용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이는 어떤 대출이 매력적이고 위험한지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줍니다. 지금 미국 경제와 소비자를 움직이는 핵심 요점은 바로 양극화입니다.

▶ 400캐피탈매지니먼트 (400 Capital Management)

400캐피탈매니지먼트는 뉴욕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다. 미국과 유럽에서 주택 및 상업용 담보 대출 증권과 소비자 및 특수 자산 담보 대출 증권, CLO를 포함한 회사채 및 대출, 그리고 관련 우량 및 부실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현재 약 8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