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의 세계적인 고급 레스토랑 노마를 이끌어 온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가 직원 학대 논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레드제피가 직원 폭행과 협박 등 학대 의혹이 확산되자 사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노마의 전 직원 제이슨 이그나시오 화이트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SNS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뉴욕타임스가 노마 전 직원 35명을 인터뷰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레드제피는 노마가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던 2009년부터 2017년 사이 직원들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주방 도구로 찌르고 벽에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일부 직원들은 그가 요식업계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위협하거나 가족의 직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외모를 비하하거나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등 심리적 학대가 반복됐고, 피해 직원들이 장기간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레드제피는 앞서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가 나온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직원 학대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와 고객을 위한 구체적인 책임 조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이날 다시 올린 입장문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레드제피는 "레스토랑을 세우고 20년 넘게 이끌어 온 끝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2011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 'MAD' 이사회에서도 사임했다고 전했다.
또 "노마는 수년에 걸쳐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러한 변화가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내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논란은 업계 밖으로도 확산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노마 임시 레스토랑 행사장 앞에서는 시위대가 모여 레드제피와 노마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행사를 후원하던 캐딜락,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레스토랑 고객 관리 플랫폼 블랙버드 등 일부 기업도 후원을 철회했다.
레드제피가 2003년 코펜하겐에 문을 연 노마는 북유럽 자연에서 직접 채집한 식재료를 활용한 실험적인 요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2010년 ‘세계 50대 레스토랑’ 평가에서 1위에 오른 이후 2012년과 2021년 등 총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고, 미식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별 세 개를 받은 유명 레스토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