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이 1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대규모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중동 전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상선 피격이 잇따르며 해상 안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CNN과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함께 약 5시간 동안 합동 공격 작전을 벌여 이스라엘 전역의 50개 이상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동원했고, 헤즈볼라는 공격용 드론과 로켓을 대규모로 투입했다. 이란 측은 북부 하이파, 중부 텔아비브, 남부 비르셰바의 이스라엘 군기지 등에 '고통스러운 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도 성명을 통해 텔아비브 외곽 이스라엘군 정보부대인 8200부대 본부에 최신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공격으로 이스라엘 중부 하니엘 등에서 주택 일부가 파손됐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응급 구조기관인 마겐 다비드 아돔이 전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했으며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 요격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정보본부와 지휘센터를 포함해 헤즈볼라 기반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레바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해안가 공습으로 최소 7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했으며,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소도시 아라문에서도 3명이 사망했다.
중동 걸프 지역에서는 에너지 시설과 공항 등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도 이어졌다.
바레인 내무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무하라크주 연료 탱크 시설이 이란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주민들에게 실내 대피와 창문·환기구 폐쇄를 당부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근 해상에서는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컨테이너선이 공격을 받았고, 바레인의 무하라크 섬 국제공항 인근에서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쿠웨이트에서는 드론이 주거용 건물에 충돌해 2명이 부상했으며, 국제공항을 겨냥한 다수의 드론 공격도 있었지만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민간항공 당국이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수도 리야드를 향해 날아오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공격이 이어졌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국영 은행인 세파은행과 관련된 테헤란 건물이 밤사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과 연계된 금융기관과 기업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 골드만삭스, 딜로이트, PwC 등 금융기업들이 두바이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직원 대피령을 내렸다. HSBC는 카타르 내 지점을 일시 폐쇄했다.
또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전쟁이 '인프라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의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사무실도 잠재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보도의 구체적 출처는 명시되지 않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는 상선 공격이 잇따르며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IRGC는 이날 이스라엘, 태국, 일본 선적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 지역에서 피격된 선박은 최소 16척으로 늘었다.
태국 선적 마유리나리호에서는 선원 3명이 실종된 상태다. 선주 측은 AFP에 실종자들이 기관실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은 전날 아침 UAE 할리파 항을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두 개의 발사체에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은 모두 태국인으로 실종자를 제외한 20명은 오만 해군에 구조됐다.
일본 선적 컨테이너선 원마제스티호도 UAE 라스알카이마에서 북서쪽으로 약 25해리(46㎞) 떨어진 해역에서 피격돼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항구에서도 11일 밤 미확인 공격으로 유조선 2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라크 항만 당국은 선원 25명을 구조했지만 외국인 선원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공격을 받은 선박은 마셜제도 선적 세이프씨 비슈누호와 몰타 선적 제피로스호로 확인됐다. 공격 주체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이란의 폭발물 탑재 보트가 공격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란은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시사했다. IRGC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 기의 기뢰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미 상당수 기뢰의 위치가 파악됐지만 미국이 이를 어떻게 제거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걸프 해역에서는 폭발물을 탑재한 무인 수상정(USV)을 이용한 공격도 등장했다. 로이터는 전쟁 이후 유조선을 겨냥한 최소 두 차례 공격에 USV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 무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활용된 전술이다.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종전 시점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거듭 언급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사실상 공격할 표적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켄터키주 연설에서도 "우리가 이겼다"고 언급하면서도 군사 작전은 임무 완료 시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더 많은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며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 역시 상황 점검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작전은 모든 목표를 달성하고 승리할 때까지 시간 제한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