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국제유가 불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전쟁의 조기 종식을 언급하면서 한때 유가가 진정되는 모습도 나타났으나, 실제 체감 기름값은 쉽게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기준 가격이 형성되는 싱가포르 원유 현물시장에서는 전쟁 이전보다 배럴당 20~30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지역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럽·아프리카산 역시 중국이 서아프리카산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유가 지표인 브렌트유 가격보다 배럴당 약 15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현물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정유사의 실제 도입 비용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원유 가격뿐 아니라 해상 운임, 보험료, 금융비용까지 동시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 불안이 더 커지면서 프리미엄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산 원유가 대체 공급원으로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중동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 변동성이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 크고, 운송 거리와 물류비 부담도 커 적극적인 구매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각국 정유사들은 공급 불안에 대응해 원유 확보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에네오스와 코스모, 이데미츠 등 주요 정유사들이 원유 조달 불확실성에 대비해 평균 10% 수준의 가동률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서아프리카산 원유 확보에 나서며 대체 공급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경제 부담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으나, 시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내 수급 상황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외교적 개입을 통한 조기 진정 기대가 있었지만,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수출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또한 중동 지역 정유시설이 공격받으면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과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