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달 소비자물가 지수가 연간 2.4%로 안정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일부 품목 물가가 올랐으나 핵심인 주거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둔화했다. 다만 이번 지표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 수집한 것으로 유가 급등에 따른 본격적인 물가 충격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3% 올라 1월(0.2%)보다 상승폭을 소폭 키웠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4%로 1월과 같았으며 팩트셋 집계 예상치보다는 0.1%포인트 낮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올랐고, 전년과 비교해 2.5%로 다우존스 컨센서스 기준에 부합했다. 지난 달 근원 CPI는 물가 급등이 나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약 35.6%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2% 상승을 유지했다. 실제 임대료는 0.1%로 2021년 1월 이후 가장 적게 올랐다.
반면 식품은 한 달 만에 0.4%로 1월(0.2%)보다 증가폭을 키웠다. 내후년까지 공급 부족을 예고한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4.4% 뛰었고, 커피는 18.4%, 인스턴트커피도 27% 폭등했다. 달걀은 조류독감 이후 사육 재개로 공급이 살아나면서 전년비 42.1% 급락하는 등 역대 최대 하락 폭을 찍었다.
이란 사태 직전까지 상황을 반영한 에너지 물가는 1월 1.5% 하락에서 0.6% 상승으로 돌아섰다. 휘발유가 계절 조정 전 3.3% 뛰었고, 천연가스도 3.1% 급등했다. 다만 이란 전쟁 이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 근처까지 치솟고,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2주 가까이 막혀있는 등 이달 물가 지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관세 영향을 받은 가정용품은 전년비 3.9%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전제품은 한 달간 3.1%로 역대 최대폭 상승했다.
이에 반해 중고차 가격은 한 달 전보다 0.4% 감소해고, 자동차보험 지수가 0.3% 줄었다. 스마트폰 가격은 전년비 13.9% 급락했다.
비교적 온화환 인플레이션 지표가 공개됐지만 이날 시장은 이란 전쟁에 대한 불안을 더 크게 반영 중이다. 미 국채 금리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직후 혼조세를 보였으나, 정규거래 시작 직후 급등 중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오전 9시 35분 현재 전날보다 4.9bp(1bp=0.01%p) 오른 4.185%를 기록 중이다. S&P500 지수와 다우, 나스닥은 0.2~0.4% 하락세로 출발했다.
앞서 이달 초 나온 2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9만 2천 건 감소하고 실업률이 4.4%로 올라가면서 둔화하는 고용과 경기침체 가능성, 견고한 물가 등 연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아넥스 웰스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며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고 강경하게 태도를 보이겠지만, 통화정책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해협 인근의 운항을 차단하기 위한 군사 위협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 백악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유조선에 대한 호위를 현재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하는 등 유가에 따른 물가 위협도 커지고 있다.
지정학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은 다음 주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결정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 시장에서는 이번 달 연 3.50~3.75% 동결을 예상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은 약 63% 확률의 7월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