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석유뿐 아니라 석유·가스 부산물인 유황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중동 사태로 유황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유황 소비국인 중국에서 전쟁 발발 이후 유황 가격은 약 15% 상승했다. 이번 주에는 t당 4,650위안(약 99만8,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황 가격은 전쟁 이전에도 이미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여기에 석유·가스 생산 차질로 유황 생산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주요 운송 경로까지 막히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걸프 지역은 전 세계 유황 수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지다.
유황 공급 차질은 특히 비료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황 수요의 약 60%가 비료 생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공급이 불안해질 경우 세계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황 주요 수입국인 모로코, 중국, 인도네시아는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중동 지역에서 들여온다. 북반구 농업지대에서 비료 사용이 늘어나는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어 공급 불안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비료 원료로 쓰이는 요소 가격도 이번 주 t당 700달러로 전쟁 이전보다 약 45% 상승했다.
금속 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유황을 원료로 하는 황산은 구리·니켈·우라늄 등 금속을 추출하는 침출 공정에 사용된다.
광산업계 투자자인 로버트 프리들런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중앙 아프리카 구리벨트의 산화구리 광석 침출 비용이 훨씬 더 비싸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황 공급 차질이 유황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구리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운 차질도 문제다. 클라이브 머리 런던상품중개사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외 지역 정유업체들이 판매 가능한 유황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운송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암울하다"며 "해운사가 연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 운송편을 예약하지 못하면서 거래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해상 운송 차질이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분석업체 던앤드브래드스트리트는 중동 사태 영향으로 운송 차질을 겪은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4만4,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0일 콘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여러 산업 부문에 급격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 역시 영향권에 있다. FT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산업이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제조업체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다양한 화학 물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산은 반도체 웨이퍼 세정에 사용되며 웨이퍼 냉각에는 헬륨이 활용된다. 컨설팅 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 헬륨 수요의 약 20%를 차지한다.
공급망 정보 플랫폼 Z2데이터의 무함마드 아흐마드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분의 1을 카타르가 차지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