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내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에 상승한 연료 가격이 최소 내년 중반까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밝혔다.
10일 기준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ℓ)당 3.5달러로 최근 2주 사이 1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디젤 가격은 4.86달러까지 오르며 28% 급등했다.
연료 가격 상승은 물류와 제조, 농업 등 산업 전반의 비용을 밀어 올리며 소비자 물가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젤 의존도가 높은 트럭 운송업계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가들도 울상이다. 당장 유류비와 비료 비용이 급등한 데다 일부 업체들은 공급난에 비료 출하를 중단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리노이대 게리 슈니트키 교수(농업경영학)는 "미국 농가 예산에서 디젤 연료가 차지하는 직접적인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도 농기계 가동과 작물 운송에 필수적인 만큼 여타 비용으로의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운송비와 관련 제품 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결국 농사 비용이 뛰는 연쇄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통업계 역시 물류비 증가와 소비 둔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시메온 것먼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특히 넓은 농촌 지역에 점포망이 퍼져 있는 유통 체인이 이번 유가 상승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조만간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이 위축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과 자동차 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항공사의 경우 항공유가 운영 비용의 약 4분의 1을 차지해 유가 상승이 항공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대형 차량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물가 압력의 지속 여부가 전쟁 상황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가들은 분쟁 장기화와 긴장 고조 여부가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하락해 한국시간 11일 오전 기준 80달러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