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9일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빚을 내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주가 급락으로 이를 갚지 못하면서 강제 처분될 우려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천억원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이란 전쟁이 증시에 처음 영향을 줬던 지난 3일부터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던 사흘간 이 잔고는 매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는 보통 증시 상승 기대가 높을수록 늘어난다. 그러나 일정 기간 안에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이 강제로 매도되기 때문에 급락장에서는 투자자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5일 미수금 규모는 2조1천487억원으로, 전쟁 발생 이전과 비교해 약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하면 3거래일째 주식이 강제로 매각된다.
실제로 증시가 지난 3∼4일 폭락했던 바로 다음날인 5일 강제로 처분된 주식 규모는 77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지난달 27일 76억원의 약 10배에 달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강제청산 비율 역시 6.5%까지 치솟았다. 하루 전인 지난 4일 2.1%의 3배를 웃돌았고, 지난 3일(0.9%)의 7배에 달했다.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던 시기 증권사 자금을 이용해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후 급락장에서 증거금 부족 상태에 몰리면서 강제 처분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은행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천227억원으로, 2022년 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마통 잔액은 지난 3∼5일 사흘 만에 무려 1조3천억원이 불어났으며,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용거래와 위탁매매 모두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빚투는 하락장에서 지수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는 트리거(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수거래의 경우 이틀 안에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전날 종가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에 주식이 처분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