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빙그레가 미국에서 아이스크림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해외 사업을 주축으로 실적 반등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 美 법인 매출 역대 최고 전망
빙그레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분 100%를 보유한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4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16년 미국, 2019년 베트남으로 거점을 확장하며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했다.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빙그레 미국 법인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815억 원으로 이미 전년 연간 매출인 804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미국 법인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402억원, 2022년 579억원, 2023년 598억원, 2024년 804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815억원으로 연평균 약 26%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아이스크림 시장은 최근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인구 유입이 늘면서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 많이 팔리던 초콜릿이 코팅되어 있는 콘 형태나 퍼먹는 파인트 제품군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과 형태 그리고 식감을 가진 국산 아이스크림의 인지도와 선호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에서 빙그레의 핵심 제품인 '메로나'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가진 색다른 'K-팝시클(popsicle)'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다른 주력 제품인 '붕어싸만코'는 해외에서는 생소한 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색적인 아이스크림으로 주목받고 있다.
빙그레는 관계자는 "K-컬처와 K-푸드 등 한국 문화와 식품에 대한 많은 관심과 유행 덕분에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 미국에서 판매하는 붕어싸만코 제품의 디자인 또한 리뉴얼했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올해 미국 내 아시아인 중심에서 나아가 주류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에서 진출 지역과 입점 유통 채널을 대폭 확대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할 예정이다.
● 해태 합병 효과 하반기 반영
오는 4월 1일 기일로 예정된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역시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태아이스크림은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수출 비중은 낮은 편이다. 합병 이후 빙그레가 구축해 온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해외 판매 라인업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부라보콘을 비롯한 해태아이스크림 제품들 중 일부는 지금도 수출되고 있다"며 "다만 수출을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나 해태아이스크림 합병 이후 수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영업·마케팅·물류·운송 등 중복 비용을 줄이고 원·부자재 공동 구매를 통해 원가 구조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 부담은 올 상반기까지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0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는 당초 컨센서스였던 영업손실 23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된 수준이다. 원가와 인건비 부담 상승에 더해 미국 관세 영향, 합병 관련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상반기까지는 합병 관련 비용이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중복 비용이 줄어들고 글로벌 판매망을 통한 수출 확대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수 빙과 시장 성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빙그레의 미국 시장 확대와 해태아이스크림 합병은 중장기 체질 개선의 핵심 변수"라며 "하반기부터 해외 매출 확대와 비용 구조 개선이 동시에 나타날지가 실적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