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상장 벤처·혁신기업과 코스닥 중소형주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공모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이달 17일부터 본격 가동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금융투자업규정,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규정 개정이 마무리됐다고 5일 밝혔다.
BDC는 자산의 60% 이상을 벤처·창업·중소기업, 코넥스·코스닥 상장사(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 포함), 벤처조합 지분 등에 투자해야 한다. 다만 벤처조합과 소형 코스닥 비중은 각각 30%까지만 60% 요건에 포함해 특정 영역 쏠림을 막는다. 투자 방식은 주식과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연계채, 금전 대여가 허용되지만, 대출은 전체 주투자대상 투자금의 40% 이내로 제한된다. 전체 자산의 10% 이상은 국채·예금·MMF 등 안전자산에 편입해야 한다.
특정 기업 쏠림도 제한된다. BDC는 동일 기업에 자산총액의 10%를 넘게 같은 방식(지분·대출 등)으로 투자할 수 없고, 지분은 해당 기업 주식 수의 50%를 초과해 담을 수 없다. 같은 운용사가 운용하는 벤처조합 등에 재간접 투자해 BDC 자산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편법도 금지된다. 다만 비상장주식 특성을 고려해 가격 변동이나 분할·합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규제 비율을 넘기는 경우에는 기본 1년(최대 2년)까지 시정 유예를 허용한다. 설정 후 1년 내 주투자대상 투자비율(60%)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에도 투자자 이익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1년 유예를 둘 수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BDC는 만기를 최소 5년 이상으로 두고, 최초 모집금액 300억원 이상을 채워야 한다. 운용사는 책임 투자 차원에서 600억원 이하 모집분의 5%, 초과분의 1%를 자기자본으로 ‘시딩 투자’해야 하며, 이 지분은 최소 5년 또는 만기의 절반(최대 10년) 중 긴 기간 동안 의무 보유해야 한다. 투자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평가기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성장성·신용위험 등을 사전 검토하도록 했고, 분기별로 자산 공정가치를 평가하고 반기마다 외부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BDC 집합투자증권은 설정·설립 후 90일 이내 코스닥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코스닥에 공모 펀드가 상장되는 것은 20여년 만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BDC 자산의 5%를 넘는 대규모 투자·대출 변동과, BDC가 5% 이상 투자한 기업의 부도·회생·합병 등 주요 경영 이벤트 발생 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불성실공시 제재 근거도 마련했다. BDC 투자를 받은 비상장사는 향후 기술특례 상장 시 기술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코스닥 상장과 BDC 수익 실현 간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종합 자산운용사(42곳)는 별도 절차 없이 BDC 운용업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새로 BDC 운용업에 진출하려는 벤처캐피털(VC)과 신기술금융사에는 최소 자기자본 40억원, 운용·위험관리 인력 요건을 갖추되, 일정 수준(업력 6년·평균 수탁고 3000억원 이상)의 벤처 운용 실적을 인가 요건에 인정해 진입 문턱을 완화한다.
시행일 이후 4월까지 거래소 시스템 정비가 끝나면, 운용사들은 증권신고서 심사와 상장심사를 거쳐 순차적으로 BDC를 내놓게 된다. 일반 투자자는 상장 전에는 판매사인 은행·증권사에서, 상장 후에는 코스닥에 상장된 BDC를 주식·ETF처럼 매매할 수 있다. 금융위는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과 일반 투자자 보호 간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며 “제도 안착 상황을 보며 추가 보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