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본 복지의 전략적 가치

입력 2026-03-13 11:12
복지를 단순한 비용으로 취급하던 시대는 끝났다.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단 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을 공식 폐기했다. 이는 단순한 법리 해석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 임금 체계 전반을 뒤흔드는 전환점이었다. 반복적으로 지급되던 수당이 조건과 무관하게 통상임금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급여 항목의 명칭보다 실제 지급의 정기성과 일률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되었다. 기업들은 퇴직금과 초과근로수당을 전면 재계산해야 했고, 예측 불가능한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다. 고정수당, 정기상여, 복지포인트 등 그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항목들이 재정의되면서 인건비 설계의 근본적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이 지점에서 기업들이 다시 주목한 제도가 사내근로복지기금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복지 기본법에 근거한 비영리 법인으로 회사와 법적으로 분리된 독립 조직이다. 사용자가 재원을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고,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재산 형성을 위해 운용한다. 핵심은 기금에서 지급되는 금품이 법적으로 임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임금, 퇴직금, 각종 수당 산정 기준에서 제외되며 소득세, 증여세, 4대 보험료 부과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출연금은 전액 손비 인정되고,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설립할 수 있다. 복지를 임금에서 분리함으로써 인건비 경직성을 완화하고 재무 상황에 따라 출연 규모를 조정할 수 있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전략적 가치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통상임금 논란에서 자유로운 복지비 설계로 법적 리스크를 차단하고, 기업 재무 여건에 맞춰 출연액을 조절해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확보하며, 복지 항목을 자율 설계해 인재 유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근로자 체감 효과는 크지만, 기업 실질 부담은 제한적이며, ESG 평가와 공공 조달 가점, 상생협력 지표 등 외부 제도와도 연계된다.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전세자금 대출, 학자금, 휴양 시설 지원, 단체보험 등을 기금으로 운영 중이다. 노사 협의로 매년 출연 규모를 결정하고 독립 이사회를 구성해 자율적 복지 정책을 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설립이 급증했다. 특히 100인 미만 중소기업 참여가 두드러지며 신규 기금의 절반 이상이 이들 기업에서 운영된다. 세제 개편과 정부 활성화 정책도 영향을 미쳤지만, 현장에서는 인건비 구조 재설계 수단으로 인식된다. 단독 설립이 부담스러운 기업은 공동 근로복지기금으로 여러 기업이 함께 출연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산업단지나 지자체의 자금 및 인허가 지원이 연계되는 경우도 있어 접근성이 좋아졌다.

모든 형태의 사업장이 설립할 수 있다. 영리법인, 비영리법인, 외국계 기업, 정부 산하기관, 신설 법인 모두 대상이다. 설립 절차는 명확하다. 노사협의회 의결 또는 사업주 결정으로 합의하고,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로 구성된 설립 준비위원회가 정관, 임원, 사업계획, 출연 규모를 결정한다.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인가 신청 후 20일 이내 인가증을 받고, 3주 이내 등기와 사업자등록을 마치면 기금법인이 출범한다. 이사, 감사, 협의회 위원은 비상근 무보수로 운영되며 기금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유지된다.

출연금은 전년도 순이익의 5%가 기준이나 기업 형편에 따라 조정 가능하며 손실 발생 시 출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금, 유가증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 출연이 가능하다. 기금은 주택 구매 및 임차 자금 대부, 생활 안정 자금, 장학금, 재난 구호, 문화 및 체육 활동 지원, 선택적 복지 제도 운용 등에 사용된다. 선택적 복지와 결합하면 근로자가 개인 필요에 맞춰 혜택을 선택할 수 있어 동일 예산으로 더 높은 만족도를 얻는다. 과거 급여 형태 복지가 세금과 보험료로 소진되던 구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근로자는 실질 수령액이 늘고 경영자는 지원 효과가 명확해진다.

정부는 이를 선진 복지 모델로 평가하며 일정 요건 충족 시 출연금 일부를 지원한다. 법인세 손비 인정, 증여세 비과세, 각종 세제 감면까지 고려하면 단기 절세를 넘어 중장기 재무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 이익을 임금 외 방식으로 공유해 조직 내 격차를 완화하고 장기 안정성을 높인다. 기업 인건비 전략은 법적 안정성, 세무 효율, 조직 지속성이라는 세 축 위에서 설계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드문 제도다.

한때 선택 사항이었던 복지가 이제는 리스크 관리와 전략의 문제가 되었다. 2024년 통상임금 판례는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만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종류에 따라 허용범위가 다르고 설립 시 절차와 출연금 결정 등의 고려 사항이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최적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퇴직금, 제도 정비, 명의신탁 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 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 법인 설립, 상속, 증여, ESG 경영,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글 작성] 김병찬, 최지영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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