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래 버티나"…'미사일 재고'가 전황 가른다

입력 2026-03-04 12:32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쟁의 승패가 양측의 '무기 재고'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전쟁이 이란 측이 보유한 드론·미사일 재고와, 이스라엘과 다른 주변 미국 우방국들까지 포함한 미국 측이 보유한 방공미사일 재고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 됐다는 전문가 분석을 3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과 친이란 세력은 약 2천㎞ 범위 내 10여 개국을 상대로 1천 회 넘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무력 중돌은 중동에서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의 미사일 발사대와 저장시설, 군사 인프라를 집중 타격하며 재고 소진을 노리고 있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일대 미 우방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2천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신(新)미국안보센터'(CNAS)의 국방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테이시 페티존은 이번 전쟁이 "일제사격 경쟁"(salvo competition)의 성격을 띠게 됐다며 "물음은 누가 핵심 무기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란의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다는 게 큰 미지수"라고 가디언에 지적했다.

가디언은 최근 36시간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 공격의 빈도가 줄었다면서 이것이 이란이 미사일을 아끼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장거리 무기 부족이나 지휘계통 난조 등으로 더 많이 발사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설명을 전했다.

이란 측 전략이 이스라엘 등 적국 시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전쟁 비용을 높임으로써 전쟁 피로감을 높이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공격을 방공망으로 막더라도 '100% 방어'는 불가능하며, 단 한 발의 미사일이라도 대학이나 병원이나 발전소 같은 핵심 시설에 떨어지면 피해가 엄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은 지금까지는 이란의 공격을 대체로 잘 막아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자국을 향한 이란 탄도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을 격추했다고 밝혔고, 카타르 역시 상당수 공격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등지의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은 일부 피해를 입었고, 두바이 호텔과 에너지 인프라도 타격을 받았다. 쿠웨이트에서는 미국 대사관이 이란 드론의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걸프 국가들의 방공미사일 재고가 1주일 안에 고갈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를 보도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페이비언 호프만 오슬로대 연구원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첫 이틀 동안 막아내기 위해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동원한 만큼의 요격미사일 사용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아마도 (앞으로) 최대 이틀 정도가 고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도 부담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당 제작비가 2만달러(2천960만원)에 불과한 드론을 격추하는 데에 400만달러(59억2천만원)짜리 요격 미사일을 써야 한다며, 이란이 값싼 무기들을 동원해 상대편 방공망 자원을 소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록히드마틴, 레이시언의 모회사 RTX 등 주요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오는 6일에 백악관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회의의 목적 중 하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방공미사일 등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도록 방위산업체들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무기 재고가 넉넉하다고 주장하고 이란 상대 공격 지속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