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악화하자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하루 만에 거래대금이 5천억원 넘게 불어나며 투자자들의 하락 베팅이 빠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조4천5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거래일(1조9천390억원)보다 5천180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달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1조3천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거래량도 지난달 27일 2천616만4천401주에서 하루 사이 3천427만6천617주로 811만2천216주 늘었다.
공매도 거래는 타인에게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하고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으로, 향후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유효하다. 이번 급증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코스피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전날 7.24%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이틀 연속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의 급등도 공매도 거래를 늘린 한 요인으로 보인다. 오전 10시 12분 기준 환율은 달러당 1,477.5원을 기록 중이며, 이날 오전 0시 5분께 1,506.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 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증권가는 그간의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가 1~2월 큰 폭으로 상승해 단기 과열 해소 필요성이 있었고, 휴일 동안 누적된 글로벌 증시 하락과 투자심리 악화가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시장은 전쟁 자체보다 상황이 얼마나 빨리 종료되는가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란 지도부의 붕괴 상황, 중동 내 참전 세력 및 전선 지대 확장, IRGC(이슬람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실질적 봉쇄 등은 4일 차에 접어든 전쟁이 진정보다 확전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