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초비상'…韓 선박 30여척 대피

입력 2026-03-03 20:50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해운업계가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거나 인근을 운항 중인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3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협회는 해협 내 선박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시켜 계류하도록 조치했으며, 인근 선박의 신규 진입도 통제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1척을 두바이항에 정박시킨 상태다.

아직 항로 전면 우회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위험 구간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서는 해협 내 항만 대신 대체 항만에서 화물을 하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벌크선을 운용하는 팬오션도 운항 중단이나 우회 조치는 취하지 않았으나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팬오션은 두바이 사무소 주재원의 안전을 확인했으며, 재택근무와 출입통제, 일정 조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원유 및 석유제품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정부 긴급대책반 반장을 맡은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현재 석유와 가스 비축량은 충분하다"며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카타르에서 들어오는 중동산 비중이 20% 미만이라 당장 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전체의 69.1%에 달하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이 해협을 지난다.

그리스·독일·일본 주요 선사들이 이미 운항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해운협회는 HMM·팬오션 등 회원사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및 선원 안전조치 준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해협 봉쇄의 장기화를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 기간에 대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해 긴장을 키웠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 경우 원유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