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에 추천 후 리포트 낸 애널리스트..."부정거래"

입력 2026-03-03 07:49


소속 증권사 대표와 자신의 장모에게 특정 주식을 사게 한 뒤 이 종목을 추천하는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부정거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어도 증시에서 금지한 사기적 부정거래, 즉 투자자를 속이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애널리스트 A씨에게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기업분석보고서를 공표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소속 증권사 대표와 자신의 장모에게 이익을 취하게 해준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들의 계좌를 관리하는 비서와 증권사 직원에게 특정 종목을 사게 했다. 이후 자료를 공표해 주가가 오르면 팔게 하는 방식으로 2017년 2월∼2019년 9월 대표에게 1억3천960만원, 2018년 1월∼2020년 4월 장모에게 1천390만원의 이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원심은 A씨가 직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활용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애널리스트가 분석자료를 발행하며 제3자에게 증권을 추천한 사실 및 제3자가 보유한 사실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본인, 배우자가 아닌 제3자에 관해선 법령상 의무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부정거래를 제한 없이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위험이 있고, A씨가 대표나 장모와 수익배분약정 등의 재산적 이해관계도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제3자가 보유한 증권이라도 추천할 때 투자자에게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의 공표 행위로 금융상품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투자자들이 자료에 적힌 '제3자에게 사전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등의 문구를 신뢰해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기대에 반했다는 것이다.

A씨가 매매 주식 수량·금액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며 사실상 투자 주체로 나섰고, 추천 주식을 사전에 알린 행위는 실질적으로 자료를 사전 제공한 것이라고 봤다. 또 "이러한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를 공표해 객관적 동기에서 증권을 추천한다는 오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주식 거래로 이익을 얻진 않았어도 개인적 이익을 얻거나 기대할 수 있었다며 "재산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