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경영 주체 적격성' 판단이 핵심"

입력 2026-03-02 09:12
한국의결권자문·경희대, 공동세미나


한국의결권자문(KORPA)과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는 경희대학교에서 '주주행동주의 시대, 이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거버넌스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등 급변하는 자본시장 환경 속에서 이사회가 직면한 주주 관여 활동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가이드라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표를 맡은 정석호 KORPA 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명시됨에 따라, 이제는 이사회가 단순한 감시를 넘어 주주들에게 경영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 시대"라며, "이사는 단기적 주당 수익보다는 '가상의 영구주주' 관점에서 장기적 기업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권 분쟁을 단순한 지분 확보 경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을 장기적으로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적격 경영 주체'를 가리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특히 "기업이 장기간 축적해 온 기업문화와 기술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 등은 재무제표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대규모 설비 투자나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경영권 변동은 사업 연속성과 전략 실행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권의 이전은 단순한 소유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조직적·관계적 자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며, "특히 고려아연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의 경우 단기적 수익성 논리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장기적 연속성을 고려한 신중한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한국증권법학회장(건국대 교수)은 종합 토론에서 "최근 상법 개정이 주주 보호와 경영진 책임 강화에 집중하면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법률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경영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주주행동주의와 강화된 규제들이 과연 일부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선행, 다수결 원칙과 경영진의 내재적 한계 사이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는 "최근 소액주주 연대와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가 급증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 내 주주관여 전담 위원회 도입, 사내외 전문 지원 조직 활용 등 이사회 운영 절차를 정비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주주행동주의가 일상화된 자본시장 환경에서 이사회가 단순히 대주주의 지배권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기업 고유의 무형자산과 미래 가치를 수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