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나와도 "더 싸진다"…분위기 바뀐 강남

입력 2026-03-01 09:24


정부의 집값 안정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강남권 상급지에서 매도자 우위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은 빠르게 늘고, 수요자는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수요·공급의 힘겨루기가 균형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월 23일 기준)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100.0을 기록했다. 5주 연속 하락 끝에 기준선에 도달했다. 동남권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구가 포함된다.

이는 지난해 2월 첫째 주(9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2024년 하반기 대출규제와 탄핵정국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시기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지표로, 100을 밑돌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수가 정확히 100에 도달했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우열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까지 보유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가운데, 2월 넷째 주 강남3구와 용산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앞둔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자들도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매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2,049건으로 1개월 전보다 26.1% 늘었다.

강남3구에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 중층 매물이 35억원에 급매로 나왔다. 기존 거래가보다 4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올해 1월 19층이 60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55억2,000만원까지 호가를 낮춘 중층 매물이 등장했다.

매물은 늘지만 수요자들은 추가 가격 조정을 기대하며 매수를 미루는 분위기다. 기다리면 더 나은 조건의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포보'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의 하락 전환은 마포구아시·성동구 등 한강 벨트 주요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 전체 집값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유세 부담 확대 가능성도 변수다. 고령의 고가 1주택자 등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거 다운사이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