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8의 함정...수혜주는 따로 있다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02-27 14:34
<앵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이 우리 증시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수순으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 추진을 주문했습니다.

PBR이 0.8 미만인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시장에서는 옥석 가리기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켓딥다이브 고영욱 기자 나와있습니다.

고 기자, 주가 누르기 방지법 정확히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와 증여세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현행 상증세법에선 상장사 지분의 경우 상속 증여 시점 전후 2개월 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합니다.

평균 주가가 높을수록 내야할 세금이 늘기 때문에 기업 승계를 앞둔 기업은 주가를 누르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난해 국감에선 자산총액이 40조원인데 시가총액이 4조원에 불과한 한화그룹 사례가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대안으로 마련된 개정안(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PBR 0.8에 못 미치는 상장주식 평가도 비상장사 주식처럼 장부상 순자산의 80%, 그러니까 PBR 0.8 기준으로 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정리하면 주가가 아무리 낮더라도 순자산의 80%는 과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앵커>

이 법이 통과되면 증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기자>

그동안 실제로 주가를 누르려는 행태가 있었는지, 있다면 얼마나 광범위하게 행해졌던 건지 등을 따져 봐야하는데요. 아직 정교한 수치 모델을 담은 증권사 리포트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주가를 눌러도 더 이상 세금이 줄지 않는 구조가 되는 만큼 국내 증시의 저평가 유인을 해소한다는 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금은 결국 현금으로 냅니다. 삼성 오너 일가가 수년째 지분을 팔고 있는 것도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지요.

대주주 입장에선 물려받는 지분을 지키면서 나가는 현금을 줄이는 게 최선입니다. 주가가 비싸면 지분을 조금만 팔아도 되고, 주가가 싸면 같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이 팔아야 합니다.

장부가와 주가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되는 것이고요. 대주주 입장에서는 상속과 증여를 위한 전략이 180도 바뀌는 셈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개정안에 담겨있는 물납 허용과 최대 주주할증 20% 과세 폐지 등은 기업주에게도 인센티브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현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경영권 승계와 납세구조를 바꾸는 것인 만큼 논란도 적지 않을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야당과 재계를 중심으로 개정안의 배경인 주가 누르기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는 기업의 경쟁력, 산업의 특성, 시장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또 장부상 순자산으로 세금 기준을 평가할 경우 문제도 제기됩니다.

예를 들어 토지나 건물 같은 경우 재평가를 하지 않으면 수십년 전에 취득한 가격 그대로 장부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취재중 만난 모 기업의 창업주로부터는 일부러 부동산 시가 재평가를 안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는데요.

물론 이게 현행법상 불법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도입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 IFRS에서도 선택의 영역으로 정하고 있고요.

다만 PBR을 과세기준으로 삼게 되면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진통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상법 개정 처리과정을 보면 시간문제로 보이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까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특정 업종으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 수혜주를 가릴 수는 없지만 각 그룹의 지주사 내지 지주사 격의 기업은 대체로 영향권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미 국감에도 언급된 한화가 있습니다. 또 LG나 태광산업도 PBR이 낮은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하나증권은 최근 주가지수가 급등하면서 그동안 저평가를 받던 지주사도 제 값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PBR 0.8 미만 기업이면서 대표가 고령인, 그러니까 승계 이슈가 있는 기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렇게 PBR이 낮은 기업을 찾을 때 벌어들이는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상장 건설사의 경우 PBR 0.8미만이 66%에 달하고, 석화사들도 롯데케미칼의 경우 PBR이 0.29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에 놓여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건설경기 침체와 석화 산업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