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분기 매출 681억 달러, 1분기 가이던스 780억 달러로 월가 예상을 대폭 상회하며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살렸다. 메모리 가격 급등과 중국 매출 제외 등에도 매출총이익률은 75%대를 회복했다.
다만 이날 뉴욕 증시 장 마감 이후 함께 실적을 공개한 세일즈포스는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가이던스를 제시한뒤 시간외 5% 하락하는 등 AI 시대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불안감을 다시 키웠다.
◆ 메모리 가격 급등에도 마진 75.2%…네트워킹 매출 263% 증가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발표한 2026 회계연도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매출은 681억 2,7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6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LSEG 등에서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인 매출 662억1,000만 달러, EPS 1.53달러를 모두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AI 수요 폭증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족과 부품 가격 급등에도 매출총이익률은 75.2%로 1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75% 성장한 623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91%를 차지했고, 네트워킹 매출은 1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3% 급증했다.
젠슨 황 CEO는 보도자료에서 "컴퓨팅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AI 에이전트의 기업 채택이 급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도 젠슨 황 CEO는 "에이전틱 AI가 지난 두 세 달 만에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에이전트는 영리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콜렛 크레스 CFO는 같은 자리에서 메타 등 대형 고객이 AI 투자 대비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언급한 뒤 "고객이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지출을 더 늘릴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크레스 CFO는 이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의 핵심 수익원인 추론 분야에서 학습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1분기 매출 전망 780억 달러…가이던스 압도
엔비디아가 지난 분기 실적과 함께 제시한 2027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 가이던스는 7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관련 매출이 여전히 막혀있음에도 월가 컨센서스 726억~728억 달러를 약 50억 달러 이상 웃돌았다.
엔비디아의 이날 공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특정 중국 고객에게 소량 H200 출하를 허용하는 라이선스를 이달 들어 부여했으나, 현재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가이던스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매출 전망에 대해 크레스 CFO는 "2026 내내 전분기 대비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면서 “이는 작년 제시한 5,000억 달러 블랙웰·루빈 매출 기회를 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시스템 '베라 루빈’을 올해 하반기 출하하고, 이를 위해 이번 주 초 첫 테스트용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다. 크레스는 이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샘플을 받고 나면 모든 고객이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중국 AI에 경계감..CFO “장기적 산업구조 흔들 수도”
한편 젠슨 황 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질의응답 중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자본지출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에이전틱 AI의 변곡점을 목격했고, 그로 인해 AI 연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현금흐름이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컴퓨터를 노드 단위가 아니라 랙 단위로 출하하는 등 CPU·GPU에 자체 네트워크 기술인 엔브이링크(NVLink)를 결합한 통합 플랫폼 비중을 늘려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엔비디아 실적으로 기업들의 AI 투자에 대한 기대치는 키웠지만, 콜렛 크레스 CFO의 중국과 관련한 언급은 이러한 기대치를 다소 상쇄시켰다. 그는 "최근 IPO로 자금력을 강화한 중국 경쟁사들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산업의 구조를 뒤흔들 잠재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크레스 CFO는 "미국이 AI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중국을 포함한 모든 시장에서 선택받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 막혀 있는 중국 관련 규제에 우회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정규 거래에서 1.44% 오른 195.62달러로 마감했다. 당초 예상 시점보다 10분 가량 늦게 실적을 공개했으며,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3% 이상 급등하다 어닝콜이 진행되면서 상승폭을 줄여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 세일즈포스 'AI 피해주' 낙인…스테이블코인 써클은 33% 급등
한편 세일즈포스는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112억 달러, 조정 EPS는 컨센서스 3.04달러를 웃도는 3.81달러를 기록했다. 실적 자체는 양호했으나 2027 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를 458억~462억 달러로 제시해 월가 기대치인 460억 달러 수준에 그치면서 시간외 5% 하락의 빌미가 됐다.
시트리니 리서치의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 보고서가 SaaS 업체 전반의 가격 결정력 와해를 경고한 직후여서, 투자자 이탈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는 세일즈포스를 "AI 시대에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가 신규 경쟁자에게 밀릴 것이라는 월가 불안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AI 도구 '에이전트포스'의 연간 반복 매출(ARR)이 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9% 급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매출원인 세일즈·서비스 제품의 성장률이 각각 8%, 7%에 그쳐 시장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 화폐) 발행사 써클 인터넷은 4분기 매출 7억 7,000만 달러, EPS 0.43달러로 컨센서스 0.16달러를 대폭 상회하며 주가가 33% 급등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써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 유통량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753억 달러, 온체인 거래량은 247% 증가한 11조9,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할인 소매업체 TJX는 동일매장 매출 5% 성장으로 실적을 상회했으나 보수적 가이던스로 1% 가량 내렸고, 미 경찰에 테이저건과 바디캠을 공급하는 액손 엔터프라이즈는 AI 수요에 힘입어 18%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