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러시아 여성들과의 외도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 착취 범죄와는 무관하며, 관련 불법 행위도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이츠는 24일(현지시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추가 공개된 '엡스타인 문건'에는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 성병에 걸렸고, 전 부인 멀린다에게 이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게이츠는 당시 해당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과거 두 차례 외도가 있었다"며 "상대는 브리지 경기에서 만난 러시아인 브리지 선수, 그리고 사업 활동 중 만난 러시아인 핵물리학자"라고 밝혔다.
게이츠는 자신의 측근이자 과학 자문이었던 보리스 니콜리치가 이 같은 사실을 엡스타인에게 알렸고, 이로 인해 엡스타인도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WSJ은 엡스타인이 이를 빌미로 협박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엡스타인이 게이츠의 외도 상대인 브리지 선수 밀라 안토노바와 접촉해 학비를 지원한 뒤, 2017년 게이츠에게 해당 비용 상환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인 핵물리학자는 게이츠 회사의 전 직원으로 알려졌으나, 재직 중 교제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게이츠는 외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대 여성들이 엡스타인의 성 착취 피해자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WSJ이 확보한 미팅 녹음에 따르면 그는 "나는 부적절한 일을 하지 않았고, 부적절한 것을 보지도 못했다"며 "피해자들이나 그(엡스타인) 주변에 있는 여성들과는 어떤 시간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엡스타인 문건'에 등장하는 얼굴이 가려진 여성들과 함께 찍힌 사진에 대해서도 "엡스타인이 회의 직후 자신의 수행 비서들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은 사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게이츠는 전 부인 멀린다가 2013년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칭찬받아 마땅하게도, 멀린다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건에 대해 항상 어느 정도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멀린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도 엡스타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독일·프랑스·뉴욕 등에 동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엡스타인의 자택이나 섬에 머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당시 만남에 '명망 있는' 다른 인사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상황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기가 쉬웠다"며 "나와 엡스타인의 교류가 그 성범죄자의 평판을 세탁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만남은 2014년이었으며, 이후 엡스타인이 "부수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엡스타인과 시간을 보낸 것은 큰 실수였다. 내 실수 때문에 이 일에 끌려들어 간 모두에게 사과한다"며 "이건 우리 재단과, 재단의 목표와는 완전 정반대에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