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부품까지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져 일본 무라타제작소(이하 무라타), 삼성전기 등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MLCC는 주로 모바일과 정보기술(IT) 기기에 탑재된다. 최근 AI 서버·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으로 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AI 서버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용량 메모리 집적 등으로 전력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압 변동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고용량·고적층 MLCC가 요구된다.
MLCC 업계 1위인 무라타의 나카지마 노리오 사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가격 변경이 현실적인지 판단하기 위해 AI의 실질적인 수요를 평가 중이고, 3월 말까지 결정을 내리기를 희망한다"며 MLCC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I용 MLCC는 모바일·IT용 제품보다 기술 난도가 높다. 그만큼 가격도 최소 3배 이상 비싸고 탑재량도 훨씬 많아 핵심 제품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1천∼1천300개의 MLCC가 채용되는데 AI 서버용 컴퓨팅보드(베이스보드)에는 장당 1만5천∼2만5천개의 MLCC가 탑재된다. 서버 1대당 수십만 개 수준의 MLCC가 필요한 셈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VR200 NVL72' 서버에 탑재될 MLCC는 기존 'GB300' 서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약 60만개로 추정된다"며 "서버 고객사들은 티어1(무라타, 삼성전기 등) MLCC 공급사의 의존도가 80% 이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AI용 MLCC 시장은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양분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AI 서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해 MLCC 현물 가격은 2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타가 추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 MLCC 시장 전반에 가격 재조정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무라타도 MLCC 가격 인상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노리오 사장은 "자사의 최첨단 MLCC에 대한 문의가 현재 생산 능력의 두 배에 달한다"며 "올해와 내년 공급이 매우 타이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AI 투자 붐은 최소 3∼5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차세대 AI 칩은 고급 MLCC 수요를 10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30년까지 AI용 MLCC의 연평균 수요 성장률이 3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전기도 가격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MLCC 블렌디드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략 거래선의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와 AI 서버·전장용 제품 등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기의 실적 전망 기대감도 커진다.
삼성전기에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한다.
작년 한 해 6천억원 초반 수준이었던 컴포넌트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올해는 9천억원 안팎으로 급증하고, 내년에는 1조2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