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시장의 변화는 과거 기술 혁신 국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딜로이트는 21일 'AI가 실업을 유발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에서 AI가 노동시장 전반을 붕괴시키거나 대규모 일자리 소멸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뚜렷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다수 선진국에서 실업률이 오르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청년층 중심의 AI 관련 직종 고용이 약화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AI 확산의 직접적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선진국 노동 시장의 고용 약화는 2021∼2022년 인플레이션 사태와 이어진 중앙은행 금리 인상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려 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채용 둔화는 챗GPT 출시 반년 전부터 시작됐고 당시 기술 부문의 일자리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채용 규모를 줄이는 과정으로도 분석됐다.
보고서는 "AI가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기술로 인해 지속해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에 비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재 선진국 노동 시장의 약화는 AI보다는 금리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기 순환적 요인과 훨씬 더 관련 깊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AI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무직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2022년 말 이후 미국의 관리직, 전문직, 영업직, 사무직 등 관련 직종 일자리 수가 약 300만 개 늘었고 최근 3년 새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7%, 법률 보조원의 수는 21% 늘어난 사실은 이들 직종이 AI로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과 배치됐다.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챗GPT 출시 이후 미국 일자리 구성 변화율이 1980년대 PC 등장, 1990년대 인터넷 등장 이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예일대 예산연구소 연구를 인용했다.
다만, 보고서는 올해 안으로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업무를 대부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등을 인용하며 "과거 컴퓨터 기술 발전의 시대에도 많은 직종이 타격을 입은 것처럼 일부 사무직 종사자는 AI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