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무효'됐지만…트럼프, '플랜B'로 지속할 듯

입력 2026-02-21 07:10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 기조를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에 앞선 공개 연설에서 "전체 세수 측면에서 대략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계속 징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이라고 말해 관세 정책 유지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대법원 판단과 별개로 세수 규모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해온 대안 카드로는 무역법 301조와 122조, 무역확장법 232조가 거론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들 3개 조항을 통해 기존 상호관세와 사실상 동일한 구조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국가를 상대로 일정 기간의 통지 및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관세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무역확장법 232조 역시 관련 부처 조사 결과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적절한 방식으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부여한다.

무역법 122조도 선택지다. 이 조항은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일각에서는 무역적자 심화 시 150일간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12조를 통해 시간을 벌고, 이후 다른 법적 근거로 관세를 이어가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관세법 338조도 대체 수단으로 거론된다. 해당 조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을 부당하게 차별한 국가에 대해, 연방 기관의 별도 조사 없이도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인정한다.

다만 이러한 우회 전략이 곧바로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301조나 232조처럼 조사와 보고 절차가 필요한 수단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 공백을 메울 임시 조치가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새로운 법 조항에 근거한 관세 부과 역시 또 다른 법적 분쟁을 촉발해 불확실성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법 338조를 대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전 행정부는 관세법의 이 조항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이를 적용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게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