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해 대형 신작 흥행에 힘입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숫자로 회복세가 입증된 만큼 축제 분위기여야 하는데, 실제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양새입니다.
오히려 K게임 생태계 궤멸이란 말까지 나오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부 박승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먼저 지난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 얼마나 잘 나온건가요?
<기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역대급, 흑자 전환 등 화려한 외형 성장을 시현했습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업계 맏형인 넥슨의 성과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아크 레이더스 등 장수 IP와 신작 흥행의 조화로 매출 4조5천억원, 영업이익 1조1천억원을 거뒀습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며 국내 게임사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겁니다.
국내 게임사 시총 1위인 크래프톤도 처음으로 매출 3조원를 넘어서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넷마블 역시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상위 3강 구도에 진입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출시한 신작 '아이온2'의 흥행을 앞세워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한 때 '3N2K'로 묶이며 전성기를 누렸던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신작 공백에 따른 성장 모멘텀 부재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앵커>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하곤 위기감이랑은 거리가 멀어보이는데요. 업계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가 보네요?
<기자>
역대급 실적 뒤에 위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게임 생태계 전체적으로 굉장히 다운된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며, 산업 전반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건데요.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탈한 이용자 10명 중 8명가량은 대체 여가 활동으로 장시간 몰입이 불필요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TV,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컨텐츠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의 수출 역시 지난 2023년 83억9,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5% 감소한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요.
또 국내 주요 게임사 상위 7곳의 시가총액 역시 1년 새 2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이 모든 게 국내 게임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과거 국내 게임사들이 기대왔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인데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해 온 기존 수익 공식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와 모바일 게임시장의 둔화로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죠.
반면 방치형, 캐주얼 등 참신한 기획력으로 무장한 인디 게임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여전히 주력하고 있는 MMORPG 모델과 충돌하면서 '심각한 괴리'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실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가 주력해 돈을 버는 게임은 여전히 MMORPG인데, 젊은층이 게임을 안 하고 있다"며 "사업 생태계적으로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최근 게임업계가 신작 라인업 확대와 함께 저몰입 장르의 확장에 나서는 것도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보면 될까요?
<기자>
현재 대다수 국내 게임사들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BM)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를 '제로 베이스'에서의 재설계 시점으로 삼고 있는데요.
넷플릭스, 숏폼 등 가볍게 소비되는 컨텐츠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증가한 만큼, 업계도 이에 발 맞춰 짧은 플레이 타임과 낮은 진입 장벽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와 같이 방치형·캐주얼 등 저몰입 장르의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여전히 국내 게임사의 주력이 MMORPG인 만큼, 장르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케데헌'처럼 한국적 문화와 세계관을 입히는 시도가 지속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중요한데요.
글로벌 게임의 무게추가 모바일에서 콘솔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중소 게임사, 인디게임 개발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금 투자는 물론 세제 혜택, 여기서 더 나아가 글로벌 수출 지원도 요구되고 있는데요.
이미 국내 게임사들이 우수한 IP를 만들 수 있는 개발 역량을 가진 만큼, 업계의 자구 노력에 정부의 통 큰 지원이 더해진다면 현재의 위기를 넘어 재도약에 나설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박승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