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눈·심장 겨눴다…"살상용 군무기 사용"

입력 2026-02-18 19:56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살상 의도로 군용 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매체가 지난 1월 이란의 한 중소 도시 병원에서 촬영된 부상자 X레이 및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자료 75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얼굴과 가슴, 생식기 등 주요 부위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이 다수 확인됐다.

영상에서는 산탄총 탄환과 대구경 실탄이 신체 깊숙이 박힌 사례들이 포착됐다. 가디언은 공개한 사진 속 탄흔에 대해 "하얀 점들이 별자리처럼 반짝인다"고 표현하며 이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시위대와 관중을 상대로 가한 폭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20대 초반 여성 아나히타(가명)의 경우 안구와 턱, 이마, 광대뼈 등에 2∼5㎜ 크기의 산탄이 수십 개 박혀 있었으며, 양쪽 눈 시력을 모두 잃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젊은 남성 바히드(가명)는 목에 대구경 총탄이 박히면서 주변에 피가 고이고 조직이 부어오른 상태로 진단됐다. 또 다른 남성 알리(가명)는 오른쪽 가슴에만 174개 이상의 산탄이 촘촘히 박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한 중년 남성은 두개골 내부에 총알이 들어가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고, 한 여성은 사타구니에 총상을 입은 데 이어 허벅지와 골반 부위에 약 200개의 산탄이 박힌 사례도 있었다.

현지 의료진은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많은 부상자의 안구를 적출하는 수술을 수십 건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이란 의사 아흐마드(가명)는 "특정 장기, 특히 눈과 심장을 겨냥한 고의적인 총격 사건이 반복적으로 있었다"며 "드물게는 생식기 부위도 공격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충격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겸임교수이자 응급의학과 의사인 로히니 하르는 해당 자료를 확인한 뒤 "충격적"이라며 "이렇게 많은 이에게 실탄과 대구경 총탄을 사용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군비연구서비스(ARES)의 탄도학 분석 전문가 N.R. 젠젠존스도 "살상용 무기가 쓰였다"고 말했다.

한 의학 전문가는 "전시 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부상"이라며 "군용 무기를 사람에게 발사한다는 것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