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제분업계에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을 비롯한 국내 7개 제분사(이하 제분 7사)가 밀가루 가격 등을 밀약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조사 중이다.
지난해 10월 중순 착수한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전원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전원회의가 최종 판단을 내리면 제재 수위도 확정된다.
앞서 검찰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간 제분 7사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 등을 합의했다고 보고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담합 규모는 약 5조9천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정위 역시 제분 7사들이 담합했다고 판단하면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불법 행위를 제재한다는 차원에서 과징금과 더불어 시정조치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정조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는 일정 기한 내 기업이 스스로 가격을 다시 정하고 그 근거를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로, 담합 효과를 원상 회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제분업계는 2006년 담합 적발 당시 과징금 435억원과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일부 제분사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법은 "가격 재결정 및 보고 명령은 합의(담합)에 참가한 당사자들이 여전히 합의된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적절하다"고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과징금액에 이의를 제기한 업체도 있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공정위 처분이 결국 합당했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진 제분사 중 일부는 밀가루 가격을 4∼6% 정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인하 폭과 시기가 피해 회복에 충분한지도 함께 따질 방침이다. 앞서 설탕 담합 사건에서는 조사 이후 세 차례 가격 인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밀가루뿐 아니라 전분당 담합 의혹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이 다시 등장할 경우, 향후 유사 사건에도 강력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