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비자·마스터 대체 결제망 추진…논의 본격화

입력 2026-02-17 18:56


영국 정부와 금융권이 미국 카드사 중심의 결제망을 대체할 국가 차원의 독자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영국이 ‘딜리버리코(DeliveryCo)’로 불리는 자체 결제 체계를 오는 2030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한 첫 영국 은행장 회의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논의는 Barclays 영국 법인의 빔 마루 최고경영자(CEO)가 의장을 맡는다. 새 결제회사 설립 비용을 담당할 런던 금융가 투자자 그룹도 참여한다.

이 그룹에는 산탄데르 UK, 냇웨스트, 네이션와이드, 로이즈 뱅킹 그룹, ATM 네트워크 링크, 코번트리 빌딩 소사이어티 등 영국 은행과 결제 회사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법적 구조 설계와 경영진 구성, 자금 조달 모델 마련 등을 맡는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결제 인프라 청사진을 마련해 내년 중 투자자 그룹에 전달할 계획이다. 자금은 민간 금융권이 조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의존도를 낮추려는 취지다. 영국 결제체계규제위원회(PSR)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카드 거래의 약 95%가 두 회사 소유의 결제망을 통해 처리된다.

최근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구상을 둘러싸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압박하면서, 미국이 결제망을 차단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영국 내 경계심을 키웠다.

프로젝트에 정통한 한 임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차단되면 우리는 카드가 경제를 지배하기 전인 1950년대로 돌아가 기업들이 현금에만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영국은 두 글로벌 카드사도 투자자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시켜 지분과 발언권을 부여하는 등 전면적 배제 대신 ‘경쟁 촉진’ 방식을 택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영국 내 투자와 서비스에 힘써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가디언에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