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연착륙 근접했지만...WSJ "안전벨트 풀 때 아냐"

입력 2026-02-16 07:10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상황이 경기 침체 없는 인플레이션 둔화, 즉 경제 연착륙(소프트랜딩)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 선언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노동시장이 유지되는 가운데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소비자물가 보고서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월 들어 전년 대비 2.5%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노동부 고용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하락했다.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3만명 증가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투자회사 페이든 앤드 라이겔의 제프리 클리블랜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내게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유일한 방법은 실업률 급등뿐이라고 말하곤 했다"며 "하지만 모두가 마음속에 갖고 있던 최악의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산소마스크가 필요하진 않아도 아직 안전벨트를 풀 때는 아니라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지표까지 발표된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8%로 여전히 2%대 중후반 선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 물가상승률'이라는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비용 상승효과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도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아직 우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애나 폴슨 총재는 지난달 "연착륙에 대한 승리 선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2%로 둔화돼야 하고, 우리는 일을 끝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말에야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2.4%로 둔화할 것이라고 연준 위원들은 예상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2025년 한 해 미국의 월평균 고용 증가 폭은 고용통계 연례 벤치마크 수정에 따르면 1만5천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자리 증가가 간호사 등 의료 관련 부문에 집중돼 노동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고용 증가 폭이 둔화한 가운데 실업률도 안정적이라 미국 노동시장이 일명 '해고도 없고 채용도 없는'(no hire, no fire)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WSJ은 "이런 취약한 균형을 깨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가계 자산이 수년간의 증시 강세로 부양돼왔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 성장 엔진이 약화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가계의 강한 소비는 성장 촉진 요인이지만 인플레이션 둔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마크 지아노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재정이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연착륙에 대해 조금 걱정된다"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장 재정을 펼치면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 성장세에도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케빈 워시가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최근 성과를 공고할 수 있는 연준의 책무를 물려받을지, 아니면 뭔가 더 야심 찬 것을 추진할지 여부가 다음에 올 것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