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를 상대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12일 밝혔다.
트러스톤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소수 주주 지분 전량 매입을 통한 자진 상장폐지' 안건을 포함한 7개 주주제안을 했다.
트러스톤 측은 "8년 동안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회사가 이를 철저히 묵살함에 따라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자본 시장의 룰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지배 주주인 이호진 회장의 상속세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상장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광산업의 PBR(주가순자산배율)은 0.2배다. 코스피 827개사 중 816위, 전체 상장사 2,522개사 중 2,478위에 그친다.
특히 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가치를 반영한 실질 PBR은 0.17배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1% 대로 소수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총액은 1년에 4억원 수준이다.
반면 흥국생명, 흥국증권 등 태광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33%로 상장사 대비 30배 높다.
결국 그룹 차원에서 상장사의 배당성향을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트러스톤의 분석이다.
이사회의 지배주주 편향성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태광산업 이사회는 지난해 6월 27일 상법 개정을 앞두고 보유 자사주 전량에 대한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시도했다.
트러스톤은 "당사가 추천한 김우진 안효성 독립이사를 제외한 모든 이사진이 이 꼼수 EB 발행에 찬성했다"며 이사회의 독립성 부재를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에 소수 주주가 보유한 유통주식 23만주(21.1%) 전부를 매입해 상장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자진 상장폐지를 하지 않겠다면 채이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윤상녕 변호사를 분리선출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할 것을 촉구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견제하기 위해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도입하라고도 주문했다.
또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거나 개발하고, 20년 넘게 회사 측이 보유해 온 자사주 24.4% 중 20%를 즉각 소각하라고 했다.
극도로 낮은 주식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1:50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것 역시 요구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시가총액의 2.4배에 달하는 투자 자산과 4배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하고도 주주 가치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가 상장사로서의 의무를 다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소수 주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장 폐지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에 대해 태광산업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불황 속에 태광산업은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기업가치 제고방안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미래의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트러스톤은 또다시 팔고 떠날 생각에만 골몰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