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달 일자리 수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며 뉴욕증시는 주요 3대 지수가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들이 하락했으나, 이날 버티브 홀딩스의 호실적과 마이크론의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 소식 등으로 반도체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13만 명으로, 팩트셋 전망치인 7만 5천 명과 다우존스 컨센서스인 5만 5천 명을 대폭 웃돌았다. 보건 의료 분야가 8만 2천 명, 사회 지원에서 4만 2천 명 등으로 일자리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 달 실업률은 전월 4.4%에서 4.3%로 내려갔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4%(15센트) 오른 37달러 17센트를 기록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도 34.3시간으로 0.1시간 늘었고, 경제활동 참가율은 62.4%에서 62.5%로 소폭 늘어 고용 여건이 크게 나아졌다.
지난해 연간 벤치마크 수정치에서 계절조정 기준 89만 8천 명의 일자리를 하향 조정하는 등 월 평균 일자리 증가폭은 1만 5천 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용 상황이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는 지표이지만, 이날 고용 보고서 이후 미 국채 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위험자산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2.7bp 오른 4.172%,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5.8bp 상승한 3.512%를 기록했다. 금리 선물 시장 거래를 반영한 올해 금리 인하 전망도 크게 약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오는 6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3.75%로 동결할 확률이 전날 24%대에서 41%로 뛰었고, 25bp(1bp=0.01%p) 인하 확률은 48.2%로 소폭 낮아졌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이어가기 위해 제약적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경제 지표에서 위축 신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고용 보고서 이후 트루스소셜에 “예상보다 훨씬 좋다"며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므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없이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 관세 정책에도 불어난 재정적자…10년 뒤 GDP 6.7%
이런 가운데 현재 미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재정 적자가 10년간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회예산국(CBO)의 전망도 나왔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2026년 연간 예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지속 불가능한 재정 경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CBO는 해당 보고서에서 미 연방정부가 새로 도입한 세법과 이민 정책 등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 재정적자 추정치를 기존보다 1조 4천억 달러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2017년 감세 연장안과 지출 확대 정책만으로 10년간 적자가 4조 7천억 달러 늘고, 이민 단속 비용은 5천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에도 막대한 부채와 높은 금리로 인해 순이자 지출은 올해 1조 달러에서 2036년 2조 1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임기 말까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대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CBO 전망은 이런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CBO의 보고서는 올해 재정 적자를 GDP 대비 5.8%, 2028년엔 6%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36년까지 GDP 대비 적자는 6.7%로, 이는 지난 50년 평균(3.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2030년 107%로 2차 대전 직후 최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BO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2.7%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2.3%, 2036년까지 평균 2%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러한 미국 부채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 등에서 "지속 불가능한 경로"가 진짜 문제라며 완전고용 상태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는 재정 상황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 마이크론, “HBM4 생산 중”…주가 9.94% 반등
미국 거시 경제 지표 강세로 인한 금리 동결 우려에도 이날 반도체 주는 강한 흐름을 보였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 필수 부품이 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생산 사실을 공개하며 이날 하루 9.94% 뛰어올랐다.
마이크론의 마크 머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오전 울프리서치 자동차·반도체 컨퍼런스에서 "최근 일부 부정확한 보도가 있었다"며 “HBM4 대량 생산에 돌입해 고객 출하를 시작했다”며 “올해 1분기 출하량을 순조롭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HBM4 제품이 초당 11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를 구현하며 성능·품질·신뢰성에 높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올해 공급 예정인 HBM 공급은 이미 전량 매진 상태라고 밝혔다. 마크 머피 CFO는 "지난 실적발표 이후 재무 전망은 더 강화됐다”면서 "수요가 공급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이는 올해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에 건설 중인 팹(1공장)이 내년 중반 양산을 시작하고, 최근 18억 달러에 인수 계약을 마친 대만 공장은 늦어도 2028년에 D램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낸드(NAND) 부문에서도 싱가포르에 신규 공장을 짓고 2028년부터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이다.
마크 머피 CFO는 "고객들이 3~5년 이상의 장기 공급 보증을 원하고 있다"며 늘어난 수요에도 주요 고객들이 충분히 물량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반도체 투자심리 살린 버티브…AI 우려 유니티는 폭락
미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버티브 홀딩스는 개장 전 실적에서 반도체주 전반의 심리를 끌어올렸다.
버티브는 4분기 조정EPS 1.36달러로 시장 전망을 소폭 웃돌았고,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32.5억 달러에서 137.5억 달러로 역시 컨센서스를 10억 달러 이상 웃돌아 이날 주가는 24.56% 급등했다.
보안 기술업체 클라우드 플레어는 전날 호실적에 5.24% 올랐고, 글로벌 파운드리는 16% 강세를 기록했다. 중소 가전 대표 주자인 샤크닌자는 매출 21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93달러로 팩트셋 컨센서스를 모두 상회하며 약 5% 가량 상승했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는 이날 장 마감 이후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대비 5.7%, 북미 매출은 가성비 메뉴 등으로 인해 6.8% 성장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 순이익은 3.12달러, 매출액도 전년대비 10% 증가하는 등 시장 기대를 넘어섰지만, 주가는 시간외에서 약 0.3% 하락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새로 취임한 스티브 카힐레인 최고경영자가 취임 두 달 만에 회사 분할 계획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해 한때 5% 가까이 하락했지만 종가 기준 강보합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게임 엔진 소프트웨어 기업인 유니티는 4분기 매출액은 5억 310만 달러로 예상을 웃돌았지만, 1분기 가이던스 매출 전망이 월가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다. 광고 플랫폼과 유니티6 엔진 채택률 증가 사실을 공개했지만 AI로 인한 수요 약화 우려를 다시 일으키며 하루 만에 26%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