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이제 보편적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세제 혜택과 유연한 운용 구조를 통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사례를 만들어냈고, 일본은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의 자본 효율성 압박에 힘입어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까지 구조적 변화를 경험했다.
유럽은 배당 중심 전통이 강하지만 ESG 규제 강화와 기관투자자 압력 속에서 자사주 매입을 배당의 보완적 수단으로 정착시켜 '배당매입병행'이라는 특유의 모델을 확립했다.이들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제도적 틀 안에 정착시켜 기업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확보라는 목표를 장기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밸류업(Value Up) 정책 시행으로 단기적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가 늘어났지만 구조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사주 매입을 장기 전략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세 가지 정책적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매입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단순히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으면 주당순이익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기업의 실질적 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째,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일정 한도 내 매입분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거나 장기 보유 투자자에게 자본이득 과세 유예를 적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셋째, 공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매입 목적·계획·실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시장 신뢰가 높아진다.
한편 중소기업의 관점에서 자사주 매입은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재무위기 해결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에 누적된 가지급금은 중소기업의 재무위기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가지급금은 매년 4.6%의 인정 이자를 발생시키고 기업의 과세소득에 포함되어 법인세를 높인다. 게다가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으로 차입금이 있는 기업의 경우 가지급금만큼 이자비용을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가 추가 부과된다.
만일 인정 이자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폐업 또는 기업 청산 시 대표의 상여로 처분되어 소득세가 증가한다. 또한 가지급금이 기업 자산에 해당하기에 주식 가치를 올려 가업승계 시 과도한 세금을 발생시키고, 상속개시일로부터 2년 내에 인출한 일정 금액 이상의 가지급금 사용처를 소명하지 않으면 상속재산가액에 포함되어 상속세를 대폭 늘리는 원인이 된다.
미처분이익잉여금 역시 기업의 순자산과 주식 가치를 상승시켜 양도·상속·증여 등의 주식 이동 시 막대한 세금을 유발할 수 있고, 폐업 시 주주배당으로 간주되어 막대한 소득세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처럼 기업에 큰 위협이 되는 가지급금과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기업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게 되는데, 이때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소각하게 되면 가지급금과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의 이익소각은 기업이 자기주식을 자본금으로 소각하는 것이 아니고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소각하는 것으로 법정자본금의 변동 없이 재무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의 유통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고, 주식 소각 시에는 이익을 환원하는 효과가 있으며 세법상 분류과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20~2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상여나 배당보다 세금 부담이 적고 4대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아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사주를 매입하여 가업승계를 위한 지분 조정, 대표이사의 가지급금 처리, 투자금 유치를 통한 경영 자금 확보, 지분 정리로 대주주의 의결권 강화, 직원 동기부여를 위한 스톡옵션 발행, 명의신탁주식 정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자사주 매입은 이익을 현금으로 나누어주는 것과 같기에 투자기회가 없는 기업으로 비칠 수 있고 부채비율이 높아져 자본 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매입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을 경우 매입에 응한 주주의 부는 증가하고 매도하지 않은 주주의 부는 감소하는 주주 간의 부의 이전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 후 과세당국으로부터 소명 요구를 받을 수 있기에 관련 자료 준비와 사후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상위 100개 기업 중 84곳이 중소·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오히려 주가 부양을 저해하고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자기주식 취득 감소에 따른 주가부양 역행, 해외 경쟁기업 다수의 자사주 보유, 기업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저해, 자본금 감소로 인한 사업활동 제약,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 노출 등의 측면에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자사주 매입 전 법인 정관을 검토해야 하고 자본감소, 부채비율, 재무 안전성, 채권자 이익, 시세 조정 등을 분석해야 하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최적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자사주 매입,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퇴직금, 제도 정비, 명의신탁 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 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 법인 설립, 상속, 증여, ESG 경영,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글 작성] 신범석,송원기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위 칼럼의 내용은 작성자의 전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