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면 전 부치기와 과도한 차례상 준비가 가정의 부담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에 맞게 간소화한 설 차례 예법이 제시됐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는 11일 가족 화합과 명절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제안했다.
센터는 차례가 본래 '차를 올리는 예'라는 뜻이라며, 설과 추석에는 떡국이나 송편과 소수의 과실 3~4가지만 올리는 약식 형태가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동백서'(紅東白西)나 '조율이시'(棗栗梨枾) 같은 격식은 문헌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통 예서 어디에도 과일의 종류나 위치를 엄격히 규정한 바는 없으며, 유교의 핵심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마땅함을 찾는 '시중'(時中)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센터는 차례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설 차례의 경우 떡국을 중심으로 4~6가지 정도면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노동 부담이 크고 기름진 '전' 요리는 예학적으로 차례에 권장되지 않았던 품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조상이 생전에 즐겼던 음식이나 현대적인 과일을 올리는 것은 불경한 것이 아니라 "조상을 기리는 현대적 정성의 표현"이며, 차례상에 한자 지방(紙榜) 대신 조상 사진을 세우는 것도 "가족이 추억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높이는 권장할 만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형식적인 상차림 경쟁이 오히려 가족 간 갈등을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음식의 양이나 격식보다 마음가짐과 가족의 화합에 의미를 두는 방향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원장은 "전통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시대에 맞게 흐를 때 비로소 우리 곁에 머문다"며 "올 설에는 조상을 기리는 정성만큼이나 곁에 있는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잡는 따뜻한 화합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